내가 현장실습에서 얻고자 한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실무에서 마케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장 서비스 지원과 예술단 마케팅 지원 업무를 하는 춘천시문화재단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배정된 부서는 시설운영팀이었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에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8주간 현장실습 후 나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아보고 칭찬이나 장점은 더욱 극대화시키고 문제점과 단점은 보완하기로 다짐했다.

  사실 현장실습 초반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마케팅 업무가 아닌 문화재단 홈페이지 관리와 공연장 대관 관련 서류를 종합하여 파일로 정리 후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업무를 하게 됐다. 

  팀장님이 자기소개서를 본 후 나를 높이 평가하여 주신 업무이지만 사실 부담스럽고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내 인생 첫 인턴 생활이었고 내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도 궁금했기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퇴근 후에는 개인 노트북까지 들고 카페에 가서 다음날 바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완한 후에 출근했다. 그 결과 팀장님이 정해준 기한보다 5일정도 앞서 완성했고 재단 내에서 꼼꼼하기로 소문난 팀장님 검토를 한 번에 통과하여 팀원들의 신뢰를 쌓게 됐다.

  그렇게 첫 시험을 무사히 끝내고 나니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춘천시문화재단 안전 매뉴얼을 제작하는 일이었는데 이전까지 재단 내에 안전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던 터라 초기 작업부터 시작해 완성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나의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현장실습생이 아니라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 들었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내 능력을 신뢰하고 믿어주셨기에 맡겨진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설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나 업무는 내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닐뿐더러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잘하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춘천시문화재단 시설운영팀 인턴인 나에게 그 일은 해야 하는 일이었고 8주간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련 자료를 열람하여 파일로 정리했고 다른 지역 문화재단 안전 매뉴얼을 참고하여 춘천시에 적합하도록 안전 매뉴얼을 수정했다. 수정을 거듭한 끝에 정식으로 춘천시문화재단 안전 매뉴얼이 완성됐다. 그 과정 속에서 같은 팀 선배들과의 협업이 있었고 같이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은 기본적으로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직원에게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할 수 있는 업무만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기업의 이윤 달성이나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직원들은 성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나는 이번 현장실습을 통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업무를 진심을 다해서 성실하게 진행하다보면 그 일에 대한 자발적인 애착이 생기는데, 이는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취업을 하게 돼 꾸준히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면 지치고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서 완성된 결과물, 즉 노력에 대한 결실과 그에 따른 보상도 알게 됐다.

  현장실습이 끝나는 날 팀장님이 나에게 따로 정성이 담긴 선물을 챙겨주며 정말 많이 고생했고 이번 현장실습생인 나를 통해 다음 현장실습생도 기대된다는 말을 하셨다. 현장실습 기간 내내 차갑고 칭찬에 인색해 빈말 안하는 팀장님이 그렇게 말을 하시니 굉장히 뿌듯했다. 

  선배들도 따로 선물을 챙겨주었고 현장실습이 끝난 뒤에도 식사 자리에 불러주었다.  그리고 취업준비생인 나에게 공공기관 취업 자리를 소개해주고, 추천서까지 써준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부담 없이 연락하라고 하셨다. 정말 보람차고 노력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간 8주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식’ 야근을 한다거나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문서를 늘리고 시간을 늘려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꾀를 부리기도 한다.

  내가 인턴 기간 동안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센스쟁이’였다.  꾀를 부리지 않고 맡은 업무를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효율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마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고민했다. 이러한 생각은 내가 맡은 업무를 센스 있게 진행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고, 이는 앞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큰 역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희망하는 직무와 연관이 없더라도 현장에서의 경험은 기본적인 센스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고, 회사생활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것에 목표를 두어도 충분하다. 실제로 학생지원팀에서 근무하며 익힌 전화 받는 법과 민원인을 대하는 법 등 이러한 사소한 경험까지도 내가 팀에서 사무업무를 보고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통솔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됐다.

  혹시나 진로탐색이나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무설정은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직무별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상이하며 그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업에 입사하게 되더라도 팀은 세분화 되어있고 직무와 직책마다 다른 업무가 배정되기 때문에 기업을 먼저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취업을 해서 하는 일을 설정하는 것, 그것이 먼저다.

/ 이 보 람 광고홍보 졸업

▲ 광고홍보학과ㆍ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