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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는‘한·일 어업협정’ 체결의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은 지난 99년 1월22일부터 체결된 신한·일 어업협정에서 독도가 중간수역내로 들어가게 된 것이 문제로 제기 되면서 일어나게
됐다. 이 협정은 발효하는 날부터 3년간 효력을 가지게 되며, 그 이후에는 협정을 체결한 한 국가가 이 협정을 종료시킬
의사를 상대 국가에 서면으로 통고할 수 있다. 그리고 종료 통고가 있는 날로부터 6개월 후에 종료하며 종료하지 않는 한 계속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면 3년이 되는 내년 초에 종료 통고해 재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지난 20일 독도연구보전협회 주최, 독도학회의 주관하에 ‘독도 영유권과 한·일 어업협정 개정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 날 독도 영유권 학술 심포지움은 동아일보사·동아 꿈나무 재단 후원 아래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실에서 약 1백여명의 국제법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 심포지움은 개회사, 오전발표, 점심식사,
오후발표, 종합토론, 참석자들의 질의, 리셉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국민의례를 마치고 이어진 개회사에서 신용하(서울대·사회학·교수) 독도학회
회장은 “독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그 동안 들어왔던 모든 지원이 중단돼 심포지움을 개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미국에 양삼용이라는
재미동포가 보내주신 1백만 달러로 개최가 가능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개회사에 이어 오전 발표가 진행됐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명기(명지대·대학원장) 교수는‘독도 영유권과 신한·일어업협정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시작했다. 김교수는 먼저 “독도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일본의 주장에 맞서 그 문제를 분쟁으로 이끌고
간다면 당연한 우리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일본과 대등히 싸우는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우리가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제법상
우리에게 유리한 입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제법을 적용하게 될 경우 분쟁과 묵인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어업협정에서 정부가 독도를
중간수역 내에 위치하게 함으로써 한·일간 분쟁이 야기돼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학자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체결한 어업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김교수는 “이 협정에서 독도를 중간수역내에 위치하게 한 것은 미래에 우리에게 불리한 요건이 될 수 있으므로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재협상시 일본이 영유권에 문제가 된다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에 그에 따른 대책으로
▲신한일어업협정 체결의 법 조항 중 종료와 통고 ▲법리의 개발과 정립 ▲우리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는 해석의정서 체결 등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우리정부에 대해 김교수는 “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어업과 기타의 경제·외교적 이익을 앞세워 독도에 대한 영유권이 훼손된다는 점을 간과하는 과오를
범함과 동시에 어업협정의 부당성을 부정하며 정책을 합리화하려는 새로운 과오를 이중으로 범하고 있다”며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동해 중간수역 문제와 신한·일어업협정 개정의 방향’으로 두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이장희(한국외대·국제법) 교수는 “정부는 이
협정을 단순한 어업협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영유권 침해와 관련된 즉 한·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한계를 나타내는 성격의 협정’이라며 이
협정을 독단적으로 성급히 실행한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어업협정과 중간수역에 대한 성격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협정에서 독도의 존재는 어느 규정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협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교수는 “독도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독도 문제에 대한 국민 계몽과 해외선전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며 “시급히 문제가 해결돼
해양법적지위 및 해양 자원에 대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발표를 마쳤다.
이교수의 발표로 오전순서가 끝나고 오찬을 가진 뒤 오후 발표가 시작됐다. 오후 발표에서는‘신한·일 어업협정과 해양
경계문제’라는 주제로 이상면(서울대·법대) 교수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이 교수는 “협정 개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며 “역사적·국제적으로 명백히 우리의 땅인 독도를 성급한 협정으로 일본에게 유리한 결과를
주었다”며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일본은 자신들이 소유하는 무인도와 같은 작은 섬들로부터 모든 경제 수역을 정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제주도 남쪽 80%를 일본이 차지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교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륙붕과 해저자원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을 꼬집었다.
마지막 발표자인 독도학회 신용하(서울대·사회학·교수) 회장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란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신회장은 지난 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의 독도 귀속문제 처리에 대하여 조약의 원본문서와 합의서, 조약에서의 초안 지도 등의 중요한
자료를 통해 실증적 고찰을 했다. 여기서 신회장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이 반환해야 할 땅에 독도가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초안을 맡은
미국에게 초안의 6차 과정에서 로비를 한 일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 조약에서 일본의 로비는 미국에게는 성공했지만 다른
연합국인 영국이 합의서의 내용을 주장했기 때문에 실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타협하는 선에서 독도가 한국과 일본 등
어느 영토에도 표기되지 않았던 것이 후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교수는 “이 때에 일어났던 모든 과정을 한국 정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발표를 마쳤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국사편찬위원회의 이상태 위원이 사회를 맡은 종합 토론이 시작됐다. 종합토론에는 김병렬(국방대학원·교수),
나홍주(한국해양대·객원연구원), 이근택(국사편찬위원회), 홍성근(한국외국어대), 박명규(서울대·교수), 정재정(서울시립대·교수)등이 참여했다.
먼저 김병렬 교수는 “우리의 수정요구를 일본이 과연 따라줄지 궁금하고, 독도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면 교수는 “시급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해서 가만히 있는다면 그건 국민의 도리가 아니고, 협상이란 것은 의견을 개진해
부딪히는 것이 아니냐”고 김교수의 말을 반박했다. 또한 나홍주 연구원은 “협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협정 개정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협정시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김명기 교수는 “협정 시기는 협정이 폐기되는 시기 즉 내년 초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근택 교수는 신용하 회장의 논문 발표 내용 중에서 “지난 52년 주일미군이 독도를 레이더기지로 사용한 것은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신회장은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했던 것으로 보여지고 미국 공군이 그 때 상황에 맞춰 대응한
것일 뿐”이라는 소견을 얘기했다.
논문 발표에서 지연된 시간으로 인해 짧게 패널들의 토론이 끝나고 참석자들의 질의와 의견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신한·일 어업협정 파기·재협상 촉구하는 서명위원회 박상웅 기획위원장은 “현재 국민들은 독도가 중간수역내에 들어가 영유권이 훼손되는 것조차 알고
있지 못하다며, 이러한 협상을 벌이는데 아무런 국민적 동의가 없었던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내
해양정책국 최명범 사무관은 “이 자리는 정부를 비난하는 자리가 아니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고 관련 공무원으로써 많은 자책감이 생기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어업협정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최사무관의 말에 잠시 회의장내 분위기가 술렁거렸고 많은 참석자들이 최사무관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사회자는 “이건 해양수산부의 책임이 아니고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역량이 부족한 소수의 외교통상부
관리들이 협상한 것이 문제”라며 상황을 수습했고 “이 자리에서 협정의 부당성에 대해 논의됐으니 앞으로는 개정방안 모색이 시급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심포지움을 정리했다.
/ 김정욱 기자 vitamin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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