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산 오렌지 한품목의 과다수입으로 국내 과일류 가격이 모두 폭락하였던 악몽같은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한품목의 수입만으로도 이렇듯 피해가 막심한데 김대중 정부는 전품목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여 산술적 계산으로도 년간 2조원 가량의 농가피해가 예상되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강행하고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곧 한국 농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칠레는 국제 농산물 수출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다국적 곡물 기업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농업강국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심각한 사태가 우려되어 농민을 비롯하여 양심적인 학자, 연구자 등이 줄기차게 협정 체결에 반대해왔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칠레와의 5차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이 칠레의 요구에 거의 근접하게 옷을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칠레측은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한 개방안을 내놓음으로서 협정체결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김대중 정부는 올 하반기로 예정된 대통령의 칠레방문을 계기로 칠레와의 협정체결을 다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어찌 농업포기라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농업해체를 노리는 김대중 정권의 반농업·반농민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쏟아지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우리의 농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94년 UR 협상이후 과일, 축산물 등 어느 품목 하나 회생 기미 없이 침몰되고 있다. 작년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으로 과채류 전반이 대폭락한 사례는 좋은 본보기이다. 여기에다 IMF까지 맞으면서 생산비 또한 크게 오른 반면 국내 소비는 위축되어 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WTO 뉴라운드 시작을 앞둔 농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무차별 수입  →  가격하락  →  소수품목집중  →  과잉생산  → 가격폭락  →  농업파탄, 농촌공동체 붕괴 농산물시장 개방확대로 국내 농산물 가격이 수입농산물 가격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소수품목으로 작목선택이 집중돼 과잉생산을 초래, 예외없이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다.

  결국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계속 되고 있는 농민들의 자살과 야반도주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격폭락으로 부채를 갚을 길 없는 농민들이 또 다시 목숨을 끊고 파산하게 되는 농촌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으로 변해갈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결국 한국 농업의 파탄을 야기하게 될 것이며, 세계 다국적 곡물기업의 횡포 앞에 7천만 겨레의 생존마저 내놓는 거대한 괴물로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