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1일 미국에서의 충격적인 대참사에 세계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비행기 납치 테러범들의 동시다발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무역센터와 미 국방부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최첨단의 방위시설과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사전에 테러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테러의 공격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응태세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러한 공격을 즉각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테러범들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선언하고 나섰으며, 테러 사건의 배후로 아프가니스탄에 은닉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였다. 20세기 동서 양 진영의 냉전체제가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함께 사라진 이후 21세기 인류는 새롭게 나타난 ‘얼굴 없는 적’ 앞에 또 다시 위협을 받고 있다.

   과거의 대립이 공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하게 나마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면,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 나타난 테러리즘은 그 실체가 불분명한 채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테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테러 집단은 세상에 자신들의 분노를 드러내고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최후의 방법으로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테러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반문명적 범죄에 불과하다. 테러범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이 택한 방법이 너무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배후세력으로 의심받는 이슬람 원리주의자 빈 라덴이 자신들의 공적인 미국을 공격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희생자들의 면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의 시대에 테러의 위협과 공포는 결코 한 나라 만의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테러범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데는 효과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는 절대로 얻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미국의 보복 공격에 대해서도 우리는 신중을 기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실제 피해 당사국인 미국에서조차도 사태가 진정되면서 신중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것은 테러를 방조하자는 것이 아니라, 피에 대한 피의 보복은 또 다른 유혈 사태를 빚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민간인 수천 명의 죽음이 또 다른 민간인의 죽음으로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경우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대립이라는 대단히 위험한 양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큰 만큼 모두가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서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테러범의 실체와 그들의 근거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들의 정체가 분명해질 때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세계적인 연대는 힘을 얻게 될 것이며, 두문명권의 충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테러는 수많은 인명을 대가로 지불하게 했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국제적인 현명함과 신중함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