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중국의 저명한 문학가 노신에게 물었다. “만약 선생앞에 중학생이 서서 내우외환이 연이어 닥치고 있는 이와같은 비상시를 맞아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선생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노신이 대답했다.“우리에게 언론의 자유가 있습니까? 만약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내가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아도 저를 탓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러나 끝까지 ‘중학생이 서 있다’는 것을 빌어 대답을 요구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최초의 목표는 언론의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유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딱’꼬집는 이야기여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최근 경기대등 등 10여개 대학신문이 정간, 배포중지를 당했다. 『경기대학보』와 『한남대 신문』은 학교에서 개교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한 ‘열린음악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배포가 중지됐고, 『충대신문』의 경우 1면 머릿기사 내용이 학교측의 학부제 시행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는 이유로 배포가 중지됐다. 한동안은 「한총련」관련기사를 문제삼더니 최근에는 사회관련 기사, 학내관련 기사 등 그 범위를 점차 넓혀 문제를 삼고 있다. 기득권의 ‘이익’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이다. 그야말로 언론 고유 영역에 대한 침해이다. 당연한 언론의‘의무’를 지키다가 언론의‘권리’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언론탄압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고, 대담해야 할 대학언론이 이렇게 탄압받고 있는데 기성언론에 가해지는 탄압이야 오죽하겠는가. 하기야 기성언론이든 대학언론이든 지금 우리의 모든 언론이 진실을 말할수 있을 만한 자유화와 민주화는 정착됐는가? 기득권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운가?  편협되지 않고 살아있는가? 아니다. 분명 아니다. 언론의 자유화와 민주화는 일찌감치 군화발에 짓밟혔고, 이 과정에서 정통성 없는 언론은 스스로 자유를 버렸다. 이렇게 태생 자체가 비겁했던 언론은 이 나라를 망쳐놓았고, 그들의 왜곡된 시선은 이 땅을 혼란과 모순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았다. 기득권으로부터의 언론탄압이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고, 강한자 옆에서 약한자들을 외면하게 했다. 자유를, 진실을 말하는 일이 피흘리는 일이 돼버렸는데 누가 또다시 진실을 말하려 하겠는가. 썩었다. 썩어도 조금 썩은 것이 아니라 온통 썩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피를 좀 흘려서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겠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시급히 이뤄져야 할 과제이며 우리에게 남은 유일하고도 최선인 길이다. 모든 것은 그것으로부터 시작하기에.

/ 위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