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숱한 영화제들 가운데 ‘인디포럼’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영화제가 있다. 이곳은 지나간 한해동안 국내에서 제작된 모든 형태의 독립영화들을 총망라해 비경쟁으로 상영하는 국내 최대의 독립영화축제로 색다른 소재의 영화들부터, 표현방식이나 스타일 면에서 기존에 우리가 접해오던 것들과는 다른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작품은 올해 열렸던 2001 인디포럼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불리우며 마지막날 관객상을 수상한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영화, 바로 ‘애국자 게임’이다. 도대체 어떠한 영화이길래 제목이 애국자게임인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관람하게 됐었다. 주말을 이용해 영화를 보러 갔었기에 부득이하게 심야상영표를 끊게 됐고, 단편 영화들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무려 17편의 영화를 6시간 내내 보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도 상당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마지막 상영 예정작이였던 이 영화는 무려1백분 상영되며, (이후 2차, 3차 편집을 거쳐 현재 90분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다큐멘타리 영화라고 하니 일찌감치 밀려오는 지루함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다큐멘타리라는 장르는 ‘역사스페셜’, ‘인간극장’, 내지는 ‘그것이 알고싶다’ 와 같은 매체물들을 통해서 접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런 장르의 것들은 그 소재의 사용면에 있어서 ‘얼마나 센세이셔널한 것을 다루는가?’ 에 의해 대중성이 크게 좌지우지되는 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대답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일단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별 문제없이 상영되어 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3∼4년 전에만 했더라도 이 어디 가능했던 일인가?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니 97년엔 제주 4·3 항쟁을 다룬 ‘레드헌트’ 를 상영하기 위해 사수조까지 있었다고 한다. 애국자게임 역시 그 못지 않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과연 이 땅에 애국심이란 것은 존재하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그 안에 뿌리깊게 박혀있던 민족주의를 자청하는 많은 사상의 논쟁들, 그리고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자들의 밥그릇 싸움….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소시민들…. 거리의 부랑자들과 노동자들의 거침없는 목소리들…. 이모든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감독은 굳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이 정녕 추악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이라고 할지언정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한 단면이기에 필자는 통쾌함에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지울 수가 없었다. 레닌이 했던 말이자 영상틀의 모토이기도 ‘한 영화는 시대를 표현해야 하고 때로는 그 시대의 형성자이어야 한다’는 말이…. 이 영화 한편을 통해 더깊게 느껴져 온다.

/ 박채리(사과·사회·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