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고물은 지금 런던 대영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로젯다의 돌’로 알려져 있다. 기원 전 196년 이집트 톨레미 왕을 칭송한 내용이다. 검은 현무암에 상형문자와 그 무렵 이집트 민간에서 쓰던 글, 그리고 그리스 말의 세 가지로 적혀 있는 ‘로젯다의 돌’은 실물 크기 복제품을 팔고 있다. 아울러 미니어쳐로도 만들어 판다. 대영 박물관에는 세계 최고(最古)라고 하는 인쇄 광고물이 있다. <설쯔베리 파이>라는 전단이다. 내용은 부활절 의식에 관한 책 광고로 1천480년 경의 것이다.

  베이칭 천안문 옆에 있는 중국 역사박물관에는 광고 동판(銅版)이 하나 있다. 지금의 산둥성 제(濟南)에 있던 유가(劉家) 집안이 만들던 바늘 광고 동판이다. 가로 세로 20cm쯤인 크기이다. 가운데에는 토끼가 절구질을 하는 그림이 있고 그 둘레에는 <유가 공부 침포>라는 이름과 함께 좋은 구리로 만든 바늘이라는 문구도 들어 있으니 요새 말로 하자면 광고 카피인 셈이다. 동판이 있으니 인쇄해서 광고물로, 또한 포장지로서도 썼을 것임은 짐작이 든다. 광고문 가운데는 집 앞에 작은 토끼 그림이 있다는 말이 있어서 이 광고의 그림을 상표로 썼다는 말이 된다. 이른바 ‘Trade Mark’인 셈이다. 그 시기는 중국의 북송 시대이니 서기 960년에서 1127년이다. 따라서 세계 최고라는 서쯔베리 파이에 비하면 적어도 360년에서 길게는 520년을 앞선다. 유감스럽게도 이 동판으로 인쇄한 광고물은 남아 있지 않다.

  필자가 1991년 북경에서 <중국 국제 광고회의>가 개최됐을 때 만났던 수 바이이라는 분에게 듣기로 이 동판은 원래 상해 박물관에 있었던 것을 이 분이 이야기해서 북경 역사박물관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수 바이이씨는 수년 전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30년대 상해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그리고 문화혁명 때에는 시골로 쫓겨갔다가 등소평 집권 뒤에 상해에 돌아와서 살았다. 중국 광고의 역사에 관한 글을 많이 쓴 분이었다. 또한 한 때는 미국 미시건 대학 객원 교수로 있기도 했다.

  중국 광고계에서도 이 동판에 관해서는 대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고물을 인쇄했을 동판이라는 것은 아직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로젯다의 돌’은 18세기 말에 영국군이 이집트에서 나폴레옹의 군대를 이겼을 때 전리품의 하나로 받아서 전함에 실어 영국에 보낸 것 가운데 하나이다. ‘로젯다 돌’ 복사품은 한 개에 700달러 가까운 돈으로 팔고 있다. 미니츄어도 50달러가 넘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나 5년 전만 해도 중국의 유가 바늘집 동판은 복사품은커녕 설명서조차 구할 수가 없었다. 중국은 아직 ‘How to Sell’을 모르는 듯싶다.

/ 신인섭(언론정보학부·광고홍보)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