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 만화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만화가들은 최소의 생계비와 창작 환경에 굶주려 있으며 최근의 만화 시장은 존폐의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여기저기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상품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화 시장에 위기가 오고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일부의 사람들은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같은 것이 만화의 변해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애니메이션은 영화에 가까운 것이지 만화가 아니다. 만화는 본질적으로 평면의 움직이지 않는 책이다. 한국 만화 시장의 위기란 바로 이 출판 만화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한국 출판 만화 시장에 위기가 온 것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여 중심의 만화 유통 체제를 빼놓을 수 없다. 동네 길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이 대여점들이 한국 출판만화 위기의 제일 큰 원인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만화는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빌려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지금의 만화시장은 예전의 3/10 선으로 줄어들었다. 짱, 힙합, 열혈강호같은 초대작만이 1만부를 넘고, 그 외의 히트작은 1만부조차 팔기 힘든 시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일반 작품들은 기껏해야 2천∼4천부 팔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몇몇 초 일류작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잡지 연재후 묶여 나오는 단행본의 판매 인세만이 더 나은 작품을 재생산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러나 빌려보는 대여점 체제 속에서 불안한 경제적 기반위의 한국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 그들의 실력을 투입할 여력을 상살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과 함께 답보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한국만화 시장은 보다 더 경쟁력있는 일본만화에게 더 많은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3∼4년 전부터 인터넷 만화 관련 사이트에서는 뜨거운 대여점 존폐의 논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여점 반대 운동을 하는 모임들도 생겨났다.

  만화대여반대웹진 (http://antilend.com), 자유의 검은 리본(cafe.daum.net/BRFF) 등은 만화 대여 체제 반대를 부르짖고 있는 대표적인 모임이다. 이들 모임은 “만화도 음반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창작자가 대여권을 가져야 하며 만화책이 서정대본소용 구분없이 마구잡이로 대여되는 것은 창작의욕 문제를 떠나 만화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대여점 체제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만화웹진 두고보자(www.dugoboza.net), 만화가협회(www.cartoon.or.kr) 게시판 등에서는 현재의 만화대여점 문제에 대한 네티즌의 비판·분석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대여점의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만화도 음반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창작자가 대여권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반면 반(反)대여점 운동이 만능은 아니라며 반(反)대여점 운동을 반대하고 있다는 ‘바람’이라는 네티즌은 “만화 대여 체제에 대해 저작권을 포함해 그것을 관리할 법이 제정돼야 하지 대여점이 없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대여권에 대한 법은 어떠한가. 미국·일본의 경우에는 대여권을 배타적 권리로 인정하고, 독일·영국은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구분된다. 즉, 각각 형식은 다르지만 저작권법 안에 작가의 대여권을 인정하는 항목이 명시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렇다할 법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존재하는 대여점과 대여점을 통한 만화시장을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국 출판만화가 사라지게 놔둘수도 없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그것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의 ‘산업’만 알고 그것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인 출판만화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정부의 몫 일 것이다.  

/ 고진선 기자 dimple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