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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문화적 접근권 높이고, 지역특색 살릴 수 있는 축제돼야”
우리나라에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축제부터 각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들까지 그 형태와 특성은 다르지만 한해 많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열리는 축제이든 간에 ‘축제’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고 기쁘게 한다. 축제의 형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돼있지 않지만 나름의 기준에 따라 분류된 우리나라의 축제는 대략 7백개에서 1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조사와 철저한
평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에서는 지난 9월28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강당에서 ‘지역축제실태조사와 개혁방안연구 중간평가 심포지움’을 마련했다.
지난 5월부터 문화연대에서는 자체선정한 26개 지역문화축제 대한 평가작업을 실시했다. 9월말 현재까지 16개의 축제에 대한
실태조사작업이 완료됐고 1개의 축제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번 심포지움은 12월에 있을 종합평가를 앞두고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시민자치문화센터 사무국장 류문수씨는 “94년 지방자치제의 실시이후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전시성 축제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평가작업 또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 중간평가를 통해 26개 축제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평가틀을 정립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8월까지의 축제 진행현황보고 및 운영과정 평가와 지역축제 평가개괄 발제도 함께 맡은 류문수씨는 “이번 평가가 축제의 형태가
조금씩은 다른 26개의 축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각 축제들 간의 평가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유지하는 것이 평가의 핵심관건” 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나의 개별축제에 대한 평가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 실사과정 그리고 평가과정이 철저한 계획과 체계를 가지고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한 체계자체가 부재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어 지역축제에 대한 개괄적 평가에서는 “지역축제가 그 본연의 의미인 지역문화 정체성의 정립, 지역 전통 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활성화 그리고 지역 경제의 발전과 지역 주민들의 통합 등과는 동떨어져 진행돼 왔다”며 대부분의 축제들을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선심성 행상의
일환이거나 타 축제와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 문화행사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식의 소모적 전시성 행사로 평가했다.
이어진 개별축제 평가사례 발표에서는 『춘천국제마임축제』, 『강진청자문화제』, 『무안연꽃축제』의 평가가 진행됐다. 첫번째
『춘천국제마임축제』에 대한 평가는 이규석 독립예술제 사무국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축제 기획에 대한 타당성, 예산, 준비과정, 시행과정, 인지도와
파급효과 등 다양한 면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이러한 대부분의 평가에서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특히 “축제의 장르 및 컨셉이
뚜렷한 차별성을 바탕을 가지고 있다”며 “저예산(2억원 내외)임에도 불구하고 춘천에서의 자체 인력양성으로 꾸준히 좋은 기획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축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환경오염 등의 주변환경과의 조화에 대한 평가에서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오히려 ‘환경친화적인
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강진의 『강진청자문화제』평가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학중인 고재란씨는 “축제 전반의 기획이나
취지는 좋았지만 프로그램들이 본래의 취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축제의 전문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타 지역의 행사들을 보고
온 소수의 공무원들이 기획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들이 다른 축제들의 행사와 차별성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행사기간이 한창 무더위가
진행되는 7월28일부터 8월3일인 7일간이면서 쉴 만한 편의시설 하나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관람객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함도 대해
지적했다.
한편 앞서 평가된 『춘천국제마임축제』와 달리 5억7천만원의 예산을 사용 하지만 적은 규모의 액수로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가는 마임축제보다 대부분의 행사들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행사 전문인력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축제의 인지도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강진주민들은 특별히 이 행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이어서 지금종 시민자치문화센터 부소장의 『무안연꽃축제』평가가
계속됐다. “축제의 주 방문객 대상 설정이 불분명하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이 난잡하게 짜여져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는 축제의 경험이 축적돼
환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은 무안의 축제추진주체와 전문기획자가 충분한 소통기회를 갖는 것이며, 더불어 제대로 된 평가, 환류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 지역축제 평가틀에 대한 재검토는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이 맡았다. 지역문화축제 평가의 원칙과 방법에
대해 “지역문화축제 평가에서는 시민문화적 성격을 가장 염두해둬야 한다”며 “전문예술인들의 문화적 완성도를 높이는 발표의 장이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적 접근권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축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시간에 이벤트 회사에서 온 한 청중은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벤트 회사의 책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축제를 만드는 지역행정관리들과 문화예술인들과 이벤트
회사들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날 중간평가는 우리나라 지역축제들이 가진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냄과 동시에 정교한 평가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과제는 중간평가에서 합의된 결론들을 아직 진행되지 않은 10개의 축제에 도입시켜 남은 축제들을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역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축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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