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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식탁위의 인문학'] 국내 상영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 ‘치킨런’과 ‘마당을 나온 암탉’다국적 애니메이션 ‘치킨런’은 영화 ‘대탈주’에서 모티브,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0만 관객 동원의 국내 애니 1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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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3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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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밀레니엄에 개봉한 ‘치킨런’은 영국 감독에 호주 배우, 미국 스튜디오가 힘을 합쳐 만든 다국적 애니메이션이다. 영국의 피터 로드와 닉 파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는 호주 출신의 헐리우드 스타 멜 깁슨이 남자 주인공, 록키의 목소리를 더빙했으며 미국 드림웍스가 제작을 맡았다. 참고로 피터 로드와 닉 파크는 둥글둥글하고 익살스런 클레이 캐릭터인 ‘월레스와 그로밋’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 감독들. 그런 이들이 의기투합해 밀레니엄에 선보인 친환경 영화, ‘치킨런’은 가축을 식육 대상으로서가 아닌 공생 대상으로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스크린에 실어 보낸다.

‘치킨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 어느 농가의 닭 농장 주인인 트위디 여사는 달걀 판매 대신 수익성이 훨씬 높은 치킨 파이로 사업을 바꾸기로 마음 먹는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알을 낳던 닭들은 모두 도살되어야만 하는 운명. 농장의 모든 닭들이 곧 치킨 파이의 재료가 될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여 주인공인 암탉 진저가 닭 농장으로부터의 탈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앍을 낳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쑥맥, 아니 쑥닭들인지라 이들의 탈주 계획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그렇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록키라는 이름의 미국산 수탉이 하늘에서 날아 내려와 농장의 닭들에게 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장담하자 닭들은 다시 희망을 갖는다. 수많은 우여 곡절 속에 주인공 암탉인 진저와 사랑에 빠진 록키는 다른 닭들을 모두 규합해 대탈주의 계획을 세우지만 결정적인 순간, 혼자 도망치고 만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남은 닭들을 이끌고 탈주를 감행하는 진저. 과연, 진저와 동료들의 대탈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내러티브가 신선하기 그지없는 ‘치킨런’은 1963년에 개봉된 미 헐리우드 영화, ‘대탈주’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존 스터지스 감독이 호화 배역진을 이끌고 만든 영화 ‘대탈주’는 미국과 영국군 전쟁 포로들이 세 개의 땅굴을 파서 독일의 나치 포로 수용소로부터 일제히 탈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렇다면 당시의 출연 배우들은 누구일까?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는 낯선 이름들이겠지만 스티브 맥퀸과 리처드 아텐보로, 고든 잭슨,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 당대의 쟁쟁한 이들이 영화 ‘대탈주’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런 ‘대탈주’는 숱한 명장면을 낳으며 3시간에 가까운 169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필자 역시, 30여 년 전에 본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지금껏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마 그 가운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꼽아보자면 천신만고 끝에 탈주에 성공해 독일 시내로 잠입한 한 주인공이 버스에 올라타는 도중, 친절을 베푼 상대방에게 무심코 독일어 ‘당케’ 대신 영어 ‘땡큐’라고 말했다가 체포되는 씬이다. 덧붙이자면,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 분)가 감방의 벽을 판 흙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바지 속에 이를 담아 교도소 마당 위에 몰래 뿌리는 장면도 영화 ‘대탈주’에서 베껴온 것이다.

어쨌거나 영화 ‘대탈주’를 오마주한 ‘치킨런’ 역시, ‘대탈주’와 마찬가지로 흥행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둬 미국에서만 1억1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한국에서도 서울에서 44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치킨런’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 ‘치킨런’을 개봉했을 때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인 ‘파파이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것. “치킨런을 보고 파파이스 치킨을 드세요”가 당시의 콜라보레이션 홍보 문구였다. 감독의 메시지를 깡그리 무시한 최악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셈이다.

   
 

영국과 미국에 ‘치킨런’이 있다면 한국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동화작가인 황선미가 펜을 들고 김환영이 붓과 물감으로 활력을 불어넣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가축의 삶과 죽음, 임신과 입양, 그리고 자유 의지라는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작품성으로 인해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수작(秀作)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암탉 ‘잎싹’은 닭장에서 매일 알을 낳아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양계이다. 하지만 인간이 알을 수거해 가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알은 단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비운의 암탉이다. 어느 날, 우연히 양계장 밖의 마당 풍경을 본 그녀는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알을 품는 소망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알을 낳지 못하게 된 ‘잎싹’ 결국, 폐계가 된 ‘잎싹’은 주인에 의해 버려지고 우여곡절 끝에 마당에 당도하지만 정작 마당에선 이방인인 자신을 냉대하기만 한다. 마당에서도 쫓겨난 그녀는 마당 주변을 맴돌다 인근 덤불 속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게 되고 이 알을 지극 정성으로 품는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알은 깨지고 거기에서 태어난 생명체는 다름 아닌 오리였다.

‘잎싹’은 ‘초록머리’라 부른 자신의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며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덧 다 자란 ‘초록머리’는 자신의 무리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잎싹’은 그런 ‘초록머리’를 마침내 떠나보낸다. 영화의 결말은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초록머리’를 바라보던 ‘잎싹’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던 천적, 족제비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슬픈 막을 내린다.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봉돼 220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의 관객 동원. 참고로 영화계에서의 손익 분기점은 대략 관객 150만 정도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100만 관객을 넘기는 것이 워낙 어렵기에 국내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경우에는 100만 관객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 아닌 목표로 상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2019년 현재,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흥행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애니메이션 개봉 1위작은 1029만명 관람객의 ‘겨울왕국’이며 2위는 6위까지 ‘쿵푸팬더’ 시리즈와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등 모두 미국 헐리우드의 작품들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닭의 무대를 미술로 옮겨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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