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폭이 되려고 한다. 약속,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이런 영화들을 보고 결심한게 계기라면 계기다. 일단 마음을 굳히자 방법을 찾게 된다. 우선 두 가지 방법을 들 수 있는데, 하나는 내가 직접 조폭을 조직하는 것과, 우리나라 굴지의 조직에 들어가는 것. 전자의 방법을 생각하노라면, 사무실도 차리고 유명한 호텔이나 골프장도 다녀야 한다. 그리고 가끔 정치인들과 만나며 정치판 돌아가는 대화도 해야하고, 러시아나 일본 조직들과 가끔씩 만나야 한다는데 난 돈도 없고 외국어도 못한다. 그렇다면 역시 꼬붕부터 시작인가?

▲조폭, 조직폭력배의 준말. 깡패나 건달과 달리 조폭은 정식으로 회사를 차려 사업을 하고 이권을 얻는다. 하지만 그 사업이라는 것이 대부분 폭력적, 불법적으로 행해지며, 정치권과 유착돼 불법은 교묘히 합법과 희석된다. 과거 조폭은 정권의 앞잡이로 정치테러와 선거부정 등에 개입했다. 57년 장충단 야당집회 방해사건, 60년 4·18 고대생 습격사건, 3·15 부정선거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조폭은 그 세련됨이 늘었다. 일례로 이용호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되는 ‘국제PJ파’여운환은 수감중에도 불구하고 로비스트로 수십억대의 돈을 착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대형 유흥업소 운영, 사채업, 재개발 개입, 주가조작, 세금탈포 등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렇듯 정치와 조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조폭은 언론계에도 버젓이 있다. 조폭언론의 대표주자들 ‘조선’, ‘중앙’, ‘동아’. 이들 조폭언론 三파는 각자 내력과 명성부터 남다르다. 있지도 않은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를 내세워 모든 국민들에게 ‘레드 컴플렉스’를 유포하는데 앞장선 조선일보, 낮술 먹고 고대 앞에서 YS와 함께 ‘깽판’을 친 사건으로 유명한 김병관 회장의 동아일보,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신조어로 유명세를 탄 중앙일보. 이들은 신문시장을 놓고 이전투구를 마다 않지만, 지난 세무조사 때와 같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면 여지없이 담합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러한 웃지 못할 막무가내식 행태들을 보면 진정한 조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화에서 의리 넘치는 조폭의 모습은 우리에게 ‘나도 한 번 되어봤으면…’하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묘한 나르시즘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조폭이 판을 치는 사회는 대화로 가능한 타협이 폭력과 매수에 의해 가능해지고, 험악한 표정과 욕설로 가능해진다. 편법과 야합은 정의를 비웃고, 의리와 신념을 가장한 담합과 독선은 세상을 병들게 한다. 그만큼 우리사회도 비뚤어지고 정의와 희망은 사라져 가게 되는 것이다. 한바탕 몰아친 조폭바람은 이제 멈춰야 한다. 영화에서나, 정치에서나, 언론에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