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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뻔한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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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6  1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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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고등학생을 붙잡고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십중팔구는 바로 성적이라고 할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보편적이고 흔하다고 해서 결코 그 무게가 가볍거나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매달 보는 모의고사 성적 하나에 울고 웃고, 그때 나에게 대학교 입시는 단순히 입시를 넘어선 무엇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맞는 큰 전환점이자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여러 전형 중에서도 논술에 특화된 곳이었다. 수시 6장을 모두 논술에 넣었다. 논술 전형의 조건 중에는 ‘수능 최저 등급’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모의고사 성적이 정말 중요했다. 죽어도 1등급에 못 미치던 국어가 고3이 되면서 바로 1등급을 찍었다. 6월, 9월 모의고사에서도 계속 1등급을 유지했다. 기분 좋게 수험생활을 시작하나 했더니 6월에는 보란 듯이 가장 자신 있던 영어가 3등급으로 떨어졌다. 논술부터 모의고사까지 모든 것을 다 잘해야만 한다는 것이 버거웠다. 그래도 논술도 꾸준하게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보였고, 모의고사 성적도 꾸준히 상승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월하게 입시에 성공할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입시에 실패했다. 수능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망한 시험이었다. 6개 학교 중 딱 두 군데만 최저를 간신히 맞출 정도였다. 나뿐만 아니라 온 집안이 침울해졌다. 부모님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껏 내가 해온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수험생활 내내 울음 한 번 터뜨린 적 없었던 나조차 톡 건드리면 툭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의 실패를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스물, 예쁜 나이를 재수로 보낼 결심을 세웠다. 이를 반대하시던 아빠를 설득해 겨우 허락까지 받아냈다. 그러다 아쉬운 마음이 남아 넣었던 정시 원서 3장 중에 딱 한 곳, 지금의 학교에 합격했다. 막상 합격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약해졌다. 1학년 1학기 내내 반수를 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결정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여전히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벌써 3학년이 되었다. 대학교에 와서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과 함께하며 성장해가는 나와 마주했다. 나는 이전보다 서로 깊은 생각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또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재수를 하지 않고 한림대학교에 진학한 것, 다음으로 반수를 포기하고 남기로 선택한 것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스물 둘, 입시는 아직까지도 인생에서 첫번째이자 가장 큰 실패 경험이다. 그러나 아직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아픈 일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상처도 받고 울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선택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원래 가려던 길이 아니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길은 정말 무궁무진하고,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 나는 나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나는 나에게서 믿음을 배웠다.

 


/한정현 사회ㆍ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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