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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지네 전갈 도마뱀 두꺼비의 천적, 닭 도교와 불교선 오독(五毒) 부적으로 활용중국 도교 속의 축계옹은 1천마리 닭 길러 일본의 국민화가 호쿠사이도 즐겨 그린 닭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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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11: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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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치바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고 중국과 일본의 또 다른 닭 그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미술사학자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치바이스의 예술 세계는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던 추상파 화가 피카소와 야수파 화가 마티스를 합쳐 놓은 듯하다고 한다.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생락했다는 점에서는 피카소의 추상화를, 동양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강렬한 색채--이를 테면 원색의 빨강, 노랑, 파랑 등--를 사용한 점에서는 마티스의 작품을 닮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해서, 치바이스의 작품이 문인화 정신을 계승한 가운데 전통을 극복한 주제 의식과 조형 감각, 그리고 채색 기법으로 중국화를 현대화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실제로 치바이스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동양화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킬 만큼 이전까지의 전통적인 동양화와는 그 화풍이 사뭇 다르다.

서구적 미술관에 젖어 있던 필자 역시, 40대에 이르러서야 치바이스의 작품집을 처음 접하고 난 뒤 경탄해마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혀 동양화 같지 않은 동양화, 아니 가장 동양화다운 동양화라는 두 가지의 모순된 생각이 당시 강렬하게 뇌리를 스쳤기에.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치바이스에게 느꼈던 단상(斷想)은 모순적 사고의 병립을 가능케 했던, 이른바 ‘불가능의 가능’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치바이스가 피카소의 비둘기 그림을 자신의 비둘기 그림과 비교했으며, 피카소 역시 자신이 치바이스의 산수화를 따라 그린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는 것. 말하자면 동시대의 두 사람은 상대방이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그런 두 세계의 그림 천재들은 세계 최고가의 작품들을 남겨 놓았다. 지난 2010년엔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작품 거래액 기준으로 피카소가 1위, 치바이스가 2위를 차지했으며, 치바이스의 작품이 718억원으로 중국 경매 최고가 낙찰 기록을 경신한 이듬해엔 피카소의 작품 거래액을 뛰어넘었다. 2년 전인 한국에서 선보인 차비아스의 작품 보험 가액은 총 1천 500억 원에 달했고. 그래서일까? 이러한 치바이스에 대해 피카소는 일찍이 “중국에는 치바이스가 있는데, 중국인들이 왜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치바이스의 작품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크게 사랑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인 2018년 12월에는 개관 30주년을 맞은 예술의 전당이 중국국가미술관과 함께 서울 서예박물관에서 <같고도 다른: 치바이스와의 대화>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2년 전인 2017년에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치바이스 한국전이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에서 열렸다.

   
 
한편, 닭과 관련해 빼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중국 작품으로는 명나라 때 제작된 <열선전전>(列仙全傳)을 꼽아볼 수 있다. 중국 신선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는 의미의 <열선전전>에는 ‘축계옹’(祝鷄翁)이라는 신선이 등장하는데 ‘축계옹’은 1천 마리가 넘는 닭을 기르면서 모든 닭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전설상의 신선이다. 참고로, ‘축계옹’은 닭(鷄)을 축복(祝)하는 늙은이(翁)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축계옹은 왜 닭을 1천 마리나 키웠을까?

이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닭이 인간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일 뿐만 아니라 수탉은 출세와 부귀를, 암탉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특히 민간 신앙에서는 닭을 귀중한 수호 동물로 여겼다. 도교를 창시한 장도릉이 닭으로 변신해 뱀, 지네, 전갈, 두꺼비, 도마뱀 등 오독(五毒)으로 일컬어지는 독 동물들을 없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도교에서는 ‘금계천사부’라는 이름의 부적이 영험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불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지옥에 몸소 들어가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상 부적과 함께 호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도교 사상 속에 등장하는 신선, 축계옹이 1천 마리의 닭을 키우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한편, 일본에서는 판화 작가인 ‘기타가와 우타마로’와 ‘카츠시카 호쿠사이’가 닭 그림으로 유명하다. 먼저 기타가와 우타마로는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시대의 신윤복에 해당하는 화가이다. 본명이 기타가와 이치타로인 그는 다색 판화 기법을 선보이며 고급 매춘부와 찻집의 여인들을 그린 ‘미인도’ 연작으로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미인도 가운데에서는 상반신 초상과 얼굴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그린 ‘오쿠비에’ 초상이 혁신적인 구도로 유명하며 가늘고 작은 눈, 새침한 붉은 입, 오똑하고 긴 코, 군더더기 없는 목 선으로 동양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화시켰다. 그가 그린 대상들은 대부분 에도 시대의 유곽 여인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성애(性愛)를 다룬 춘화도 다수 그렸다는 것. 그런 그가 닭과 관련해 남긴 그림으로는 ‘모모치도리 쿄오카 아와세’(百千鳥狂歌合)’라는 이름의 새 시리즈 가운데 ‘닭과 멧새’가 있다. 덧붙이자면 ‘모모치도리 쿄오카 아와세’는 굳이 우리말로 풀자면 ‘잡새들의 노래 경영 대회’라는 뜻의 일본어로 한자음을 따서 간단히 ‘백천조’로 불리는 연작 시리즈이다. 여기에서 닭은 참새, 뻐꾸기, 멧새 등의 여타 잡새와 어울려 봄을 맞이하는 전령사로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일본의 국민화가이며 우리나라의 김홍도에 해당하는 카츠시카 호쿠사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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