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업 시간 10분전에 수업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허둥지둥 사회과학관 2층에 자리한 무인 복사기 앞으로 뛰어 갔다. 평소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무인 복사기였지만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친구의 복사 카드까지 빌려서 간 것이다. 카드를 넣는 입구에 복사카드를 꽂았는데 액정에 ‘ERROR’ 메세지가 뜨는 것이었다. 겨우 카드를 다시 집어넣어 복사를 하려고 했을 때 용지가 없다는 표시가 떴다. 용지를 넣으려고 복사기 용지함을 보았더니 분실 염려 때문인지 복사기 주변으로 알루미늄 보호대를 두르고 자물쇠로 굳게 잠가 열 수 없게 해 놓아 할 수 없이 복사를 하지 못하고 시간만 뺏긴 채 수업에 지각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도 몇 번 복사할 일이 있어서 그 무인 복사기를 이용하기 위해 갔었지만 그때마다 용지가 없거나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 없었다. 또 필자 이외에도 복사를 하러 왔다가 복사 용지 부족이나 고장으로 인해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무인 복사기는 관리 소홀로 인해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아닐 수 없다. 무인 복사기 앞에 붙여진 카드기 교환을 알리는 공고문을 보면 교내 복사실에서 그 무인 복사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학생들 편의를 위해 설치해 놓은 복사기가 급하게 복사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헛수고를 부르고 있다. 그것이 과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물일까?

  매번 복사 용지를 채워 넣기가 수고스러우면 용지를 넣어두지 말고 PC실에서 프린터를 이용할 때처럼 각자가 가져온 종이를 사용할 수 있게 복사기 용지함을 열어 두는 방법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복사기의 안전이 문제돼서 그럴 수 없다면 관리를 철저히 해, 고장나거나 복사 용지가 없어서 복사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과학관은 중앙관에 위치한 복사실과의 거리가 멀어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사회과학관 1층에 복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자주 문을 닫고, 그렇지 않더라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가 없어서 밤늦게 복사를 해야할 때 난감함을 느낀다. 교내 복사실은 사설로 운영하는 곳이라 출퇴근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교내에서 복사를 담당하는 책임감으로 무인 복사기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치만 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닌가?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편의 시설이 되려면 설치보다 관리에 힘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 정의진(언정·방송·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