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영화계는 시끌시끌했다. 한국영화의 계속되는 대박행진은 관객들이나 영화인들 모두에게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조폭일색의 폭력성이 난무하는 영화들 속에서 차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에 질릴 법도 할 우리에게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은 한층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의 다큐멘터리는 비록 15년 가량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인권·사회·노동·역사·환경·여성·장애인·문화 등 다양한 주제영역에서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진보적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데에서부터 삶에 대한 담담한 성찰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고 진지한 작가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독립다큐멘터리의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어서, 올해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일본)’에서 3편의 수상작을 배출하기도 했다.

  인디다큐페스티벌 2001의 개막작 『크레이지』를 비롯한 해외 초청작품은 모두 열린구조를 가지고 대상에게 다가가고 교훈을 강요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관객 모두 자유로운 느낌을 가지고 자유로운 사색을 통해 자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들 작품에서는 자신이 존재했던 현장의 느낌이나 체험에 다가설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거리의 연극을 통해 재현된 현장에서 느낌과 체험에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국내의 초청작인 『애국자 게임』의 경우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숨어있는 허구를 감독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대비시키면서 정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팬지와 담쟁이』의 경우도 장애인 자매가 자연스럽지만 조금은 과장된 자기표현을 통해 일상을 살고 있는 한 평범한 여성임을 보여준다. 모두 교훈적이고 일방적 자기주장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을 통해서 공감과 동의를 유쾌하게 이끌어 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인 안해룡씨는 “‘사적이면서 정치적인’이라는 주제를 9개의 초청작만을 가지고 논의하기에는 다양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스펙트럼 가운데 사적 경험을 통한 사회적 공감의 형성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올해 페스티벌의 의의를 밝혔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