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편성률을 보면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평일의 경우는 평균 55% 정도를 차지하고 주말의 경우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텔레비젼 시청자들은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하게 되고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된다. 대부분의 유행어는 쇼·오락 프로그램에서 시작되고 그 프로그램에서 튀는 연예인은 스타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오락프로그램이 가지는 영향력은 무시 못 할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제작자들은 한 프로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까지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오락프로그램에는 경쟁바람이 불고 있다. 패널들을 등장시켜 경쟁을 시키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들은 대개 엽기게임이나 서바이벌게임을 도입해 패널로 등장한 연예인들을 망가뜨리는데 주력을 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사 3사의 오락프로그램에는 이런 유형의 코너가 하나씩은 배정돼 있다. 특히 MBC의 「목표당성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모든 코너를 서바이벌식 진행해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다음주를 궁금하게 만듦으로써 당해 방송사 내 프로그램 가운데 3위라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중 ‘스타 서바이벌’이라는 코너는 스타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정기적으로 한 명의 연예인을 탈락시킨다. 또한 ‘악동클럽’이라는 코너도 춤과 노래에 재능있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해 주겠다는 명분 아래 주기적으로 심사를 해 학생들을 탈락시키고 최종 선발된 아이들도 인기 순위가 일정 수준에 달하지 못하면 전격해체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이런 조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 유발시키고 긴장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탈락하지 않기 위해 안달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꽤 많은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지금 각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에는 경쟁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다. 재미라는 측면을 넘어서 서바이벌식 경쟁 프로그램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무의식속에 경쟁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쉴 틈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약자는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있다.

  그런데 이 논리가 고스란히 오락프로그램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쟁 구조속에서 출연자들은 상대 패널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보고 무시하거나 얕보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린아이들이 잘못된 경쟁구조를 배우고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며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폭발적 인기는 점점 공유하는 삶보다는 개인의 성공만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함과 동시에 촉발제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TV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내용 또한 좀 더 그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 그런 배려 없이 방송되고 있는 오락프로의 서바이벌식 게임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