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노동자들의 실태분석과 요구사항 공유하는 자리 마련

  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 한마당’이 지난 10월26일부터 3일간 중앙대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한마당 개회식」을 시작으로 ‘노동자 한마당’이라는 문화제가 비정규, 산재, 장애인, 실업 등 분야별 노동자들이 각각 준비한 참여마당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날 진행된 「선언의 날」에는 『참여단체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다른 상황과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분야별 노동자들의 실태와 요구조건을 공유는 자리로서 마련됐다. 총론의 발제를 맡은 배영희 민중복지연대사무국장은 ‘노동의 불안정화 배경과 민중복지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했다. 배국장은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마치 쓰지만 좋은 약인 것처럼 얘기돼 왔다”며 “이런 전략은 노동 대중 뿐만 아니라 운동 진영 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저항의 움직임들을 미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가지는 파괴력이 큰 만큼 신자유주의가 대안이 아님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조정이 갖고 있는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민중의 복지를 요구해 나가야 한다”며 “신자유주의 전략에 맞선 민중운동의 평가와 공동연대전선이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야별 발제에서는 비정규, 장애인, 이주, 산재 노동자들의 실태분석과 요구사항의 발제가 진행됐다. ‘비정규직노동자의 실태와 요구’에 대해 발제한 파견철폐공대위 윤애림 정책팀장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비정규직화 시켜 노동착취를 일삼고 있다”며 “이렇게 취업된 이들은 간접고용이라는 조건 속에서 저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여러 가지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며 “그들은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제나 수당제를 적용 받지 못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의 최저기준마저도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다”고 밝혔다.

  ‘장애인노동자의 삶과 현실’에 대한 발제를 맡은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타 엄태근 사무국장은 “장애인을 무노동력자로 취급하거나 노동능력이 떨어진다는 오래된 편견이 장애인 고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도 자유로운 시장경쟁 도입은 장애인의 노동권을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의무고용촉진법’이 시행됐지만 30대 재벌기업 2백30업체의 평균 고용률은 0.6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애인의무고용촉진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의무고용을 강제하는 분담금제도가 낮은 분담금액으로 기업의 경영과 재정구조에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부담금액의 분명한 명시와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연수생 혹은 불법체류자라 불리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상태와 투쟁과제’에 대해 발제한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송수진씨는 “연수라는 명목하에 최저의 기본임금을 받으며 평균 12시간씩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다”라며 “심지어 사장에게 구타당하고 여성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성희롱, 성폭행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위기의 희생양이며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유색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사업주들의 횡포 때문에 그들은 인권은 철저히 버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산재노동자의 실태’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사무국장이 발제했다. 산재보험은 노동자를 1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그러나 지난 2000년 12월말 현재 산재보험 가입률은 68.7%에 그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산재보험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거대한 국가를 상대로 산재인정을 받아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산재를 처리하는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의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지 않고 관료주의의 집합체로서 작용하고 있다”며 “비용과 효율성의 논리로, 직업병 불인정 등의 조치를 내리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제도, 근로복지공단의 개혁과 재활정책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정권 4년째. 그 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정책과 노동유연화 정책은 이미 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혹사당하게 만들었다.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해 주겠다는 허울좋은 복지정책도 실효를 전혀 거두지 못한 채 실업 노동자들의 생계조차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가고 투쟁을 위한 연대의 끊은 더욱 단단히 메어질 것이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