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기자수첩] 어항에서 바다로
강수민 기자  |  sumin0320@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0.26  11:51:4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나는 삼수생이었다. 입학 전 남들보다 많다면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비로소 작년, 18학번 대학생이 됐다. 19살, 나는 소위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거의 다 간다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너무 허황되기도 했고, 그 목표의 진정한 가치를 스스로 찾지 못한 탓이었다. 미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20살 성인이 되기도 전에 남들보다 빠르게 인생의 쓴 맛을 봤다. 

대입에 실패한 그 해 겨울, 나는 어떤 길이든 늦지 않게 가야한다는 조급한 생각에 무작정 공무원과 고졸채용 준비를 시작했다. 집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 하고, 11시가 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대학생이 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23살 내 인생 중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의 목표와 방향성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건 아닌지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니,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면의 외침을 듣지 않은 채, 마음 편히 쉬지도 휴식을 위한 여행도 떠나지 못했다. 사방이 막힌 학원과 도서관에서 아무런 걱정과 고민 없이 자유롭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어느새 나의 작지만 소중한 바람이자 희망이 되었다.
  막연하게 대학에 들어가면 이 희망을 실천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 와서도 앞으로 나아가기에만 급급했기에 그 소박한 바람을 이번 여름이 돼서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이룰 수 있었다. 보라카이 섬의 석양이 진 끝 없는 수평선과 그 아래 맑고 빛나는 바다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감동이었다.

산소통을 매고 수심 깊이 헤엄쳐서 내려가면 수면 위와는 또 다른 넓은 세상이 펼쳐지는데, 가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벅차올랐다. 내 몸을 조이는 산소의 압박감, 마치 우주에 떠있는 듯한 무중력 상태,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광경은 지구에 살면서 처음 느끼고 만져본 세상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상이 한 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작은 세상에서 키워온 나의 생각과 마음가짐 역시 작은 어항처럼만 느껴졌다.

멋진 바다만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빛이 났다. 많은 보라카이 사람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중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며 웃던 소녀가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으니 말이다.

이 넓은 세상에 정해진 답과 길은 분명 없을 것이다. 당신의 세상이 작고 답답하게만 느껴진다면, 작은 어항을 깨고 넓은 바다로 나가보라. 그곳에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일을 하다가 더우면 곧장 바다로 다이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져버리는 인생이 아닌 순간의 행복과 젊음을 맘껏 누리는 나만의 세상을 살면 어떨까.

/강수민 편집부 기자

   
 
강수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전공박람회, 53개 전공 1천여명 상담 진행
2
[보도] 학생생활관 1인 사생실 시범 운영
3
[보도] 해외 취업의 길잡이 ‘글로벌 주간’ 특강
4
[보도] 한강을 따라 인문학을 되짚어 보다
5
[보도] “자기 삶의 주체가 돼 방향성 잡아가야”
6
[보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25일, 명사특강 열려
7
[기획] 전공능력 중심 교육체계, ‘Hi FIVE’ 운영된다
8
[보도] 동아리들의 잔치 ‘클립 오락관’
9
[보도] 봉사시간 채우고 학점 받자 ‘자율형봉사인증’
10
[시사] ‘루나ㆍ테라’ 폭락… 무너지는 코인 시장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