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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졸속적 수급정책, 교육의 질 저하와 전문성 결여 우려돼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우·열반’을 기억할 것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얘기를 나누다가 혹 이러한
얘기가 나오면 아직까지도 화가 치미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양분화 시키고는 우반에 속하는 학생들에게는 따로 복사된 프린트
교재, 특별히 선정된 문제집에 따로 마련된 도서관까지 마련했던 학교….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의 미래를 크게 좌우 짓는 그래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평등한 기회’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민중들의
권리인 것이다. 경쟁과 시장원리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은 7차 교육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교원 수급문제’로 전국의
교대는 술렁이고 있다. 이제 자본의 칼날은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그리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교육계가 이렇게 크게 술렁였던 적은 없었다. 전반적인 교육개혁의 실종으로 일선교사와 예비교사들까지 들고 일어선 것이다.
교대사태를 촉발시키고 있는‘보수교육’의 문제는 사실 작년 99년부터 제기되었었다. 당시 돌연 결정된 62세로의 정년단축과 연금법 파동으로 교단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교사가 부족하게 됐으며, 교육부는 ‘보수교육’이라는 졸속적인 정책을 실행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여건 개선계획’을 통해 2003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발표를 했으며 이에 따라
중등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들이 70학점을 이수할 경우 초등교사로 임용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러한 졸속적인 정책이 실시될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중등교육과 초등교육 나름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며 교사의 사기저하 등의 문제점을 만들 것이라는 교대협측의 문제제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은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며 또한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졸속적인 정부의 정책 시행은 신자유주의적인 질서재편에 교육도 끼워 넣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것은 교사들의 노동비용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강화해 나가는 노동 유연화 방안으로서, 성과급제와 능력급제 등의 임금체계의
변화, 계약직 도입 등이 예견된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창의적 교육과 인성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에게 ‘경쟁논리’를 내던지면서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 뻔하다.
갑작스러운 ‘학급당 학생수 35명 이하’의 정책에 의해 우리의 학교는 변하고 있다. 교실을 늘리느라 음악실과 실습실을 없애야
했고, 운동장에 건물을 세워야 했다. 이러고도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교대협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오늘날의 교육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지난 11월2일에 발표한 ‘학사편입’은 ‘보수교육’에서 ‘교대학점제’로, 또 다시 ‘학사편입’으로 이름만 바꾼
교대생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땜질식 교원수급방식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도지역 수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확대운영하기로 했던 기존의 편입생 정원의 20%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서 실제 편입생은 교대 정원의 70%에 달하게 된다. 교대협 측은 “현재 교대의 여건을 볼 때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은
물론, 70% 증원된 편입생의 수용조차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교원수급정책의 단계적인 시행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11월2일 ‘교육인적자원부의 초등교육수급원칙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김구현 교대협의장은 “우리는 교대 이외에 다른
방법의 교사임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중등교원이 충분한 전문성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졸속적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며 그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와 교육의 총체적 위기를 우려하는 것”이라며 밥그릇 싸움이라는 일부 시각을 일축했다.
또한 그는 교육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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