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뿐 아니라 모든 주변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영향 지난 9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내 아트큐브에서는 ‘폭력영화가 폭력적 인간을 만드는갗라는 주제로 제8회 ‘아줌마 문화카페’가 열렸다.

  문화개혁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의 주최로 열린 이번 문화카페는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원용진(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위원장의 강의로 이뤄졌다. 영화 「친구」를 40번이나 보고 자기를 괴롭히던 친구를 죽일 용기를 얻었다던 청소년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대중매체와 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이번 ‘아줌마 문화카페’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영화창작에 규제를 가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혹시 영화나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서로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폭력적 영화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만 그것은 단지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르다”는 원용진 위원장은 동급생 친구를 살해한 사건의 신문 보도 자료를 살펴보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기사의 제목을 살펴보면 ‘영화 「친구」보고 수업중인 친구살해(조선일보)’, ‘「친구」보고 급우 살해(중앙일보)’등으로 사건의 원인이 영화 「친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음으로는 영파여중 방송반이 제작한 단편영화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가 약 20분 가량 상영됐다. ‘너희갉’는 각종 청소년 영화제에서 큰 충격을 줬던 작품으로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중학생들의 세상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현실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폭력 실태와 그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다. 중학교 2학년 난 딸을 뒀다는 한 학부모는 영상물을 보고 난 뒤 “실제로 중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충격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영화 ‘비트’, ‘초록 물고기’, ‘친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의 폭력 장면을 모아 놓은 영상물이 20여분 간 상영됐다. 이 영화들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매겨 개봉됐다. 하지만 청소년들 중에서도 이 영화들을 접한 경우는 허다하다. 이에 원위원장은 “폭력물을 제작이나 유통과정에서 막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등급별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표현의 자유냐, 청소년 보호냐’라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사실 폭력영화 속의 반복되는 폭력장면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영상물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아직은 제도자체도 철저하지 못해 별 의미가 없다. 학교나 가정에서 청소년들에게 비판적 의식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한다는 것이 이 강의의 주된 결론이다.

  서강대학교에서는 석사 과정으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대중매체를 학생들과 함께 보면서 이야기하는 교육방식으로 학교 교육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기각된 적이 있다. 원위원장은 “현재 초, 중, 고등학생의 문화적 동반자는 대중매체이지만 교과서에는 신문 보는 아버지조차 없다”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청소년과 대중매체를 교육과정에서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폭력영화를 봤을 때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실제로 요즘 많은 사회단체에서 미디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청소년의 올바른 생각을 위한 중요한 작은 한걸음이 될 것이다. 미국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가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온 동네가 다 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아이가 자라나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 즉 온 동네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학교나 가정, 또는 대중매체 어느 하나가 아닌 모든 주변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연 ‘폭력영화가 폭력적 인간을 만드는갗

/ 고진선 기자 dimple63@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