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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그리스 신화에선 괴물 처치한 테세우스의 검은 돛이 아버지의 죽음 낳으며 에게해라는 바다 이름 만들어드라큘라로 유명한 브랜 스토커의 검은 고양이 공포 소설 「스쿼」 오 헨리 단편집 속의 사라진 검은 독수리 등에서도 검은색 미장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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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9  14: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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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에서 아티카의 왕자 테세우스는 크레타 섬의 식인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검은 돛을 달고 귀국함으로써 자식이 죽은 줄 착각했던 아버지, 아이게우스는 상심한 나머지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사진은 기원전 46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세우스의 도자기. 미노타우루스를 제거하는 테세우스의 그림이 검은 바탕 위에 그려져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대영제국 박물관 소장.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를 간단히 언급해 봤다. 이번에는 그 후속작 이야기이다. 애드거 앨런 포우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소설가인 브램 스토커 역시, 자신의 공포 소설 「스쿼」에서 검은 고양이를 핵심 소재로 등장시키며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다음은 그 간단한 줄거리.

유럽 여행을 간 주인공 부부와 그들의 친구가 이제는 관광지가 된 독일의 어느 고성(古城)을 방문한다. 절벽에 위치한 고성 주변을 둘러보다 절벽 아래에 있던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친구는 장난기가 발동해 새끼 고양이 주변에 돌을 던진다. 그만두라는 미국인 부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겁만 주겠다던 그는 실수로 새끼 고양이의 머리 위로 돌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새끼 고양이를 즉사시키고 만다. 이에 곁에 있던 어미 고양이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친구를 노려본 후 곧 사라진다. 그리고 고양이의 증오에 찬 눈빛이 마치 자신의 아이를 납치당한 아파치 족 여인인 ‘스쿼’의 눈빛을 닮았다고 되뇌이는 미국인. 참고로 ‘스쿼’란 아파치 족 여인을 백인들이 경멸적으로 일컫던 용어.

잠시 후, 고성 지하에 위치한 중세 시대의 고문실에서 친구는 세로로 세워진 사람 모양의 관 안에 들어가 당시의 분위기를 체험해 보겠다며 안내인이 관 위쪽에 달린 뚜껑이 아래로 내려와 닫히지 않도록 줄을 계속 잡고 서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 관의 뚜껑 안쪽에는 사람의 눈과 심장, 그리고 여러 급소를 향해 날카로운 쇠꼬챙이들이 붙어 있어서 관 뚜껑을 그대로 닫을 경우, 안에 있는 사람은 눈과 심장에 쇠꼬챙이에 찔려 사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 안에 들어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던 친구 앞에 어디선가 갑자기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고, 미국인을 잠시 노려보더니 곧바로 안내인에게 달려들어 안내인의 눈을 할퀴어 버린다. 그러자, 안내인은 비명을 지르며 줄을 놓아 버리고 무거운 관 뚜껑은 그대로 닫혀 버리고 만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소설로 인해 관 속에 들어가 있는 상상을 하게 되면 쇠꼬챙이들이 눈과 몸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재연돼 전율을 느끼곤 했다. 인상적인 사실은 이 단편 소설 「스쿼」의 작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의 원작자라는 것. 그리해 「드라큘라」와 함께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소설의 공포스러움은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머물렀다. 어쨌거나 애드거 앨런 포우와 브램 스토커를 통해 우리는 서양인들이 검은 고양이를 대하는 불편한 감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공포작은 아니지만 이들 소설가보다 검은색을 더욱 잘 활용한 이가 미국의 유명 소설가, 오 헨리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등으로 친숙한 그는 ‘사라진 검은 독수리’ ‘백작과 결혼식 손님(The count and the wedding guest)’ 등과 같은 단편 소설에서도 검은색을 재치있게 사용하며 그만의 독특한 반전 능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사라진 검은 독수리’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를 주름잡던 전설적인 기차 강도, ‘검은 독수리’에 대한 이야기를, ‘백작과 결혼식 손님’은 검은 상복만 입고 있는 아리따운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기막힌 반전과 함께 맛깔나게 담고 있다. 그럼, 검은색을 소재로 한 소설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이번엔 신화로 주제를 돌려보자.

먼저, 그리스 신화에서 검은색의 활약을 언급하자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루스이다. 아티카의 왕자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소년들을 잡아먹는 크레타 섬의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처단하러 떠난다. 그는 배를 타고 떠나면서 아티카의 왕인 아버지 아이게우스에게 “괴물을 죽이고 살아서 돌아오면 흰 돛을, 실패하고 죽으면 검은 돛을 달겠다”고 말한다. 그 이후는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의 전개. 그리하여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도 실수로 검은 돛을 달고 귀국한 배를 본 아버지는 비탄에 잠긴 채 바다에 목숨을 던진다. 오늘날,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바다가 ‘아이게우스의 바다’ 즉 ‘에게해’로 불리게 된 이유이다.

하지만 검은색과 관련된 그리스 신화라면 뭐니뭐니해도 죽음의 신, 하데스를 빼놓을 수 없다. 하데스는 검은 말들이 이끄는 마차를 몰고 다니고, 그리스인들은 하데스에게 털이 검은 소와 양을 바쳤다. 이와 함께 하데스가 키우는 소들은 모두 검은 색이고. 그렇다면 하데스는 어디에 살까? 그는 빛이 닿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 살기에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저승은 지하에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있어 저승은 해가 없는 북쪽에 있기에 동서남북의 방위에서 검은색은 북쪽을 상징한다. 이에 영향 받은 고구려인들 역시, 황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방신(四方神) 신화를 통해 거북이와 뱀의 모양을 한데 지닌 검은색의 현무를 북쪽의 신으로 모셨다.

신화를 통해 검은색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그리스인들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인류의 피부 색깔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리스어 ‘멜라스(melas)’가 오늘날 사람의 머리카락과 피부에 있는 검은 색소 ‘멜라닌(melanin)’의 어원인 까닭에서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인들이 중부, 북부 유럽인들과 달리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검은색을 둘러싼 여타 문화권의 신화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미디어스쿨 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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