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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육체의 이미지는 노동과 생산의 역할로 대변됐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육체는 조금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육체의 상품화에 따라 좀 더 매력적인 몸을 만들기 위한 ‘가꾸기’도 보편적이다. 소비문화 속에서 육체담론을 찾기도 하고 육체관리에 따른
문화효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육체담론이 얘기되는 가운데 우리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남성의 몸에 대한 인문학적 반성’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 16일 외국어 교육원 영사실에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은 2부도 나뉜 발제순서와 종합토론으로 이뤄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송승철(어문·영문) 교수는 “육체는 근대 이후 오랜 기간동안 오해, 폄하, 극복의 대상이었으며 정치이론에서도 최근까지 전적으로 무시됐다”며
“몸에 집중된 최근의 관심은 결정적으로 기호학과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성의 몸 담론의 변화과정을 송 교수는
“남성의 몸 담론은 몸이 없는 추상적 정신에서, 욕망과 쾌락의 수용을 너머 자아실현의 의미까지 담는 개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사회의 군대문제를 남성의 몸 담론의 현주소와 연관시켜 군필자가산점 부여문제, 월장논쟁 등 ‘예비역’과 관련한 남성의 몸과
군사문화를 부각시켰다. 여성과 예비역들간의 갈등에 대해 “서로의 오해를 제거함으로써 연대를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시대 남성의 몸’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호 서울대 규장각 특별연구원은 천·지·인(天·地·人)의 생성과 질서를 주자와
이황 등의 유학자의 이론을 통해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정(精)은 기(氣)를 생성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남정(男精)은 생식을 가능케 하는
장부의 상징이었고 모혈(母血)또한 생식을 가능케하는 부인(婦人)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한국현대소설에서 나타난 남성의 몸’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맡은 김은하 문학평론가는 “한국현대문학사 속에 남성의 몸은 보다 우월한 지위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원천으로 비춰진다”며 “남성의 몸이
남성이 주체임을 확인하게 해주는 기반이 돼 온 맥락을 역사적 조건과의 관계속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성성은 하나의 가설이고
유동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남성의 몸이 재현되는 하부구조의 역사적 조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몸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미술사에 나타난 남자의 몸’에 대해 발제한 철학아카데미 조광제 대표는 “몸은 환경세계와 의미를 주고 받으면서 세계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이고 동시에 세계를 몸 자신이 드러나는 장소로 만드는 역능(力能)을 지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슬라이드를 통해 작품을
보여주면서 미술사에 나타나는 남성의 몸에 관해 설명했다. 이는 ▲고대 이집트 - 집단적으로 추상화된 보편적인 몸 ▲고대 그리스 -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남자의 몸 ▲고대 로마 - 기념비적이고 특수한 남자의 몸 ▲중세 기독교 - 예수 그리스도라는 절대화된 몸 ▲르네상스 초기 - 개별적인
형상의 몸 ▲바로크 미술 - 절대적 자의식을 갖춘 남자들의 몸 ▲로코코 - 관능적인 몸 ▲고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 감정적 몸, 개별적
시선으로 변환 등으로 정리된다.
‘몸의 문화정치학을 위한 시론 : 기하학적 육체 대 위상학적 몸’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한국예술종합대 심광현 영상원장은
“생산의 도구로 간주되던 몸이 신자유주의와 함께 온 사회 양극화에 따라 소비와 쾌락의 문제와 연결됐다”며 “경제적 조건이 악화되면서 육체적
욕망과 현실사이의 괴리로 몸에 관한 욕망과 담론에 균열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로고스 중심주의와 남근주의의 사회적 지배와의 연결성 남성 또한
남근주의적 지배의 실질적 피해자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탈로고스중심주의, 탈남근주의적인 방식으로 수직적 위계의 관계를 벗어나
차이를 통한 공존과 배려의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며 몸의 담론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구체화하고 재활성화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번(어문·영문) 교수는 ‘도라 케이스 속의 프로이트의 몸’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프로이트가 여성
히스테리 환자 도라의 몸 구석구석에 담긴 의미를 파고들어 비밀(무의식적 욕망)을 들추어내는 것을 통해 남성 분석가 프로이트의 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프로이트에 의해 해석된 경험은 도라의 것이라기 보다 프로이트의 것”이라며 “도라를 히스테리컬하다고 말한 프로이트 역시 히스테리컬하다”고
말했다. 또 “도라 케이스는 상반되는 프로이트의 양면(발견과 억압, 남성성과 여성성, 문학과 과학 등)이 분열상을 내보이며 갈등을 일으키는
생산적 케이스 히스테리”라고 정리했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