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0일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는 ‘일본의 동아시아 식민지 지배’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외국어교육원 소강당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총 5개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첫발제를 맡은 이옥순(숭실대·사학과) 교수는 ‘식민주의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와 일본의 한국식민지배를 비교했다. 이교수는 “일본 식민주의를 규명하려고 영국을 비교하는 것은 두 나라가 자리한 지리적 차이 만큼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영국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했지만 일본은 정치적·군사적 유인 후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음을 따랐다”며 “물리적 힘을 배경으로 일본은 중앙집권적이고 독재적인 직접통치와 동화정책을 실시했으나 영국의 인도지배는 문관이 통치하고 식민지인과 흥정하고 타협하는 보다 분권적 통치형태를 띠었다”고 영국과 일본의 상반된 통치정책을 설명했다.

  ‘일본의 대만식민지 지배’라는 주제로 발표한 손준식(중앙대·사학과) 교수는 “대만은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점에서 우리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에 대한 감정이 두나라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손교수는 “일본의 청일전쟁승리로 할양받은 대만은 일본의 오랜 식민지 통치로 인해 서서히 중국민 의식을 상실하고 침략의 ‘공범구조’ 속에 빨려들어 갔다”며 “이로인해 ‘이등일본인’의 신분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조국인 중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손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해방 후 국민당 치하에서 대만인이 정체성 혼란을 느끼게 된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발제한 김기훈(육군사관학교·사학과) 교수는 ‘일제하 만주국의 이민정책연구시론’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김교수는 “관동군 장교들이 주도했던 만주사변을 계기로 중국 동북 지방을 차지한 일본은 만주 전체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일백만 가구의 일본 농민들을 이주시켜 만주를 정착 식민지로 만들려 했다”며 “일본이 이민 정책을 만주국 경역의 중요한 전략의 하나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선, 일본, 만주의 일제 기관들 간의 합의로 조선에 투자회사로서 ‘선만척식주식회사’가 만주국에는 실행회사로서 ‘만선척식주식회사’가 설립됐다”며 “‘만선척식주식회사’의 집단 이민으로 통제 방침이 엄격하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후 주변 상황으로 통제방책이 일부 완화되기도 했으나 부분적 변화에 불과했다”며 “조선농의 지원정책과 아울러 통제의 강화가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감부의 역할과 조직 고찰’이라는 주제발제를 맡은 역사문화연구소 박경룡 소장은 통감부의 기능과 운영 행정 등을 설명했다. 박소장은 “통감부는 한국의 완전한 식민지배를 위한 무단통치예비기구”라며 “1905년 통감부 설치 5년후 한일합방조약의 체결로 총독부가 설치됐으나 이는 통감부라는 명칭을 개칭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통감부는 총독부의 무단통치를 위한 전 단계의 통치기관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최석영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박물관 건립과 식민지 문화의 표상’이라는 주제로 일제하의 지방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최관장은 “일제 강점 하에서 문화 관련 조직의 발족 및 문화시설의 건립은 목적과 역할이 일제 식민통치의 방향에 규정됐다”며 “부여지방의 관광화를 시도함으로 내선일체와 같은 궁극적 목적을 가시화시켰다”고 말했다. 또 “해방 후 문화 조직에 대한 행방은 식민지 지배 성격을 구명하는 데 필요하다”며 이를 구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결론지었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