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의 토착화와 올바른 인재양성 위한 이황의 노력 녹여내
퇴계의 삶과 사상, 문학 등 다양한 분야 한 눈에 알 수 있어

  지난 10월 이우성 퇴계학연구원장(성균관대 명예교수)은 퇴계 탄생 5백주년을 기념해 ‘도산서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도산서원은 퇴계가 관직을 거부한 후 정성을 다해 세웠던 도산서당 외에도 제자들이 세운 전교당·박약재 등으로 이뤄진 곳이다. 이 곳과 퇴계의 유묵, 유물 그리고 조선 후기 화가들이 그렸던 도산서원도 등의 도판이 실렸다.

  도판은 10년간 전국의 서원과 사찰 등을 다니며 역사 유적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3년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우성 교수가 국내를 비롯한 해외의 퇴계 관련 논문 11편을 엄정해 실었다. 이에는 퇴계의 삶과 사상,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담겼다. 퇴계에 대한 외국의 관심으로 영어로 해설도 했다. 외국인들에게 퇴계를 소개하는 책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황헌만씨는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도산서원의 장서각 동광명실과 서관명실, 외부인과 여성의 참여가 제한되는 향례의 전과정을 촬영했다. 또 계절에 따라 다른모습을 보여주는 도산서원 건축물의 모습을 포착했다.

  퇴계 관련 논문은 이우성 원장을 비롯해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두웨이밍 소장, 히로시마대 고(故) 도모에다 류타로 명예교수, 장리원 중국철학교학연구실 주임, 고려대 윤사순·이동환 교수, 서울대 금장태 교수, 성균관대 송재소·임형택·이상해 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정순우 교수 등이 쓴 논문이 실렸다. 이우성 원장의 논문에서는 퇴계가 벌였던 서원창설운동을 성리학의 토착화를 위한 환경조성운동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것이 사림정치가 꿈꾼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향한 운동의 출발이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한국철학의 자생적 모태로서 퇴계 사상을 조명해 퇴계의 윤리관, 퇴계철학의 논리구조, 주자에 대한 퇴계의 독창적 해석, 퇴계의 물격설 등을 다룬 논문들이 실렸다. ‘주자의 이(理) 철학에 대한 퇴계의 독창적 해석’이라는 글을 쓴 두웨이밍 교수는 주자와 퇴계를 비교함으로서 퇴계의 사상적 독창성을 보여줘 관심을 끈다. 퇴계가 주자의 후계자로 스스로도 자신이 주희의 뜻을 다시 말하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주희의 원 개념들을 보다 발전시켰다는 것이 두웨이밍 교수의 설명이다. 또 정순우 교수는 북한의 유물론적 퇴계 연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형이상학적 가치로만 획일화된 우리의 연구풍토에 좋은 참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동환, 송재소, 임형택 교수는 퇴계가 남긴 문학작품과 문집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상해 교수는 퇴계의 서원관과 그에 대한 인식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조형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우성 원장은 ‘퇴계 선생의 이상사회와 서원창설운동’이라는 글에서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가장 영예로웠던 문형(대제학)의 자리를 거절한 데서 중앙의 관학적 아카데미즘의 전통을 물려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퇴계의 뜻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퇴계가 지방에서 서원을 통한 성리학의 토착화와 출세주의, 공리주의를 떠나 올바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도산서원은 색다른 도판과 더불어 여러 주제의 논문을 통해 퇴계 사상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줄 수 있는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 학술부 자료 : www.libro.co.kr/,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