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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자연과 평화의 색이면서 질투의 색이기도 한 녹색 서양에선 양과 염소의 질투심 불러 일으키는 컬러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기 시작 한국에선 파란색과 섞인 청록의 개념으로 초록 대신 ‘푸른 강산’으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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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7  12: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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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 상영돼 대성공을 거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주인공 도로시가 우여곡절 끝에 초록 마녀를 물리치고 초록색 에메랄드 시티에 입성하며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심훈 교수의 원고를 받아 ‘색깔 인문학’을 연재해 보도록 하겠다. 이번 학기에는 초록과 주황, 그리고 보라와 갈색으로 2년여에 걸친 ‘색깔 인문학’의 대장정을 마친다는 것이 심훈 교수의 변(辯)이다. 그럼, 2021년의 새 학기를 봄의 전령사인 초록과 함께 산뜻하게 출발하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봄의 계절이다. 2019년 12월에 세계적 팬데믹의 공포를 불러 일으켰던 코로나 바이러스도 어느덧 3년차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량 확산의 공포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지난 겨울이고 보면, 올봄만큼 반가운 봄은 일찍이 없었다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감상은 아닐 터. 마침, 지난 학기에 ‘색깔의 인문학’에서 검은색을 마친 후, 이번 학기에는 초록을 기획하고 있었기에 시기적으로 무척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색깔을 통틀어 가장 온화하고 고요하며 평화로움으로 가득찬 색이 초록색이다. 이른바, 자연의 색이 곧 초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파피루스라는 식물로 종이를 만들었던 이집트인들에게 초록을 뜻하는 이집트 상형문자는 파피루스의 푸른 잎자루였으며, 나아가 색이라는 광의의 의미와 함께 ‘생명’을 뜻하는 확장어로도 사용되었다.

녹색을 일컫는 영어 ‘그린(Green)’ 역시, 앵글로 색슨어인 ‘Growan’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자라다’라는 뜻으로 파릇파릇한 풀과 약초, 덤불과 나무에서 유래했다. 인상적인 사실은 중국에서 녹색을 일컫는 ‘록(綠)’이 초기에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어 만든 비단을 일컬었다는 것이다. 이후, ‘록(綠)’은 풀 ‘초(草)’와 결합해 ‘초록’으로 불리며 자연을 포함한 모든 녹색의 통칭으로 쓰이게 됐다.

21세기의 지구촌에서 자연적인 삶을 중시하는 정당의 대표색이며 각종 비영리기구(NGO)에서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는 초록색은 서양에서 질투심을 유발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이다. 직역하자면, “울타리 저편의 풀이 더 푸르러 보인다”는 뜻의 이 속담은 염소나 양 또는 목장주의 입장에서 자신의 것보다 남의 풀이 더 싱싱해 보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속담이 서양뿐 아니라 일본과 인도네시아에도 있다는 것. 한국인과 중국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러한 속담은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 일찍부터 교역을 시작한 탓에 자연스럽게 수용된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평화의 색이며 자연의 색인 녹색이 동시에 질투의 색으로도 인식된 데에는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세익스피어는 4대 희곡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녹색 눈의 질투’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그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도 ‘녹색 눈의 괴물’이라는 표현을 동원한다. 이전에는 서구에서 노란색이 질투의 색깔이었으며 녹색은 탐욕의 색깔이었는데 세익스피어의 이러한 표현에 힘입어 이후부터 녹색은 질투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한편, 세익스피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영국 문학에서의 초록에 대한 사랑은 다른 국가보다 조금 유별난 편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J. M. 배리의 ‘피터팬’에서 주인공 피터팬은 온통 초록색으로 이뤄진 옷을 입고 하늘을 누비고 있으며 의적 로빈 후드 역시, 초록 옷을 입고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과 잉글랜드의 셔우드 숲을 누빈다, 그런 초록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강한 자장을 발휘하며 ‘오즈의 마법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서쪽의 사악한 마녀도 초록 옷을 입었으며 이야기의 대단원이 막을 내리는 에메랄드 시티 역시, 온통 녹색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보석 가운데 녹색을 띤 에메랄드는 그 희귀성으로 인해 일찍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파키스탄과 인도, 잠비아와 남아메리카에서 주로 생산되는 에메랄드는 이미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 귀하게 대접받았다. 이집트인들은 에메랄드를 부적에 붙였으며, 로마인들은 에메랄드를 빻아 결막염 방지 등을 위한 안연고로 사용했다. 특히, 네로 황제는 에메랄드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메랄드 선글라스를 만들어 검투사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파란색과 노란색의 결합색인 초록은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대개 푸른색으로 통용돼 왔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에게 있어 푸른색은 청록색으로서 파란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색깔이었다. 그런 까닭에 하늘도 푸르고 땅도 푸르며 산천도 푸르고 들판도 푸르른 것이 우리들의 표현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푸르다는 의미를 초록색의 의미로 사용하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에게 있어 교통신호등의 ‘초록색 등’은 ‘푸른 신호등’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교통신호등과 관련해 중국에서는 ‘홍록등(紅綠燈)’이라면서 ‘붉은색 등’과 ‘초록색 등’으로 분명히 구분지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초록색의 사용처를 국가로 돌려보면 단연, 아일랜드가 눈에 띈다. 국기에서도 녹색, 흰색, 빨강색을 사용하고 있는 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 성인(聖人)인 성 패트릭이 초록을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신(聖神)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면서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색이 돼 버렸다. 잉글랜드 출신의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에 납치돼 노예 신분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극적으로 도망쳐 나와 고국에서 사제가 된 뒤, 다시 아일랜드로 파견돼 전도에 힘썼다.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365개의 교회를 세우고 12만명이 가톨릭을 믿게 만든 것이다. 그런 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세 잎짜리 토끼풀을 사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성 삼위일체,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곧 하나임을 가르쳤다는 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토끼풀이란 클로버의 다른 이름. 이후, 초록색은 아일랜드의 국민 색으로 자리하면서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동의어가 되었다. 그런 까닭에 3월 17일의 성 패트릭 데이가 되면 아일랜드인들은 강물에 초록색 물감을 풀고 기네스 맥주 대신 초록색 맥주를 마신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초록 숭배의 끝판왕인 이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모두들 활기찬 봄 학기를 맞이하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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