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인간 심성 연구, 심도깊은 탐구로 지속돼야

  천원짜리 지폐에서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는 성리학자. 이(理)를 통해 신성이 욕망을 지배할 때 인간이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이론을 펼친 그는 퇴계 이황이다. 올해로 퇴계 이황이 탄생한지 5백주년이 됐다. 퇴계 이황에 대한 연구를 하는 많은 단체들이 이를 기념해 학술대회와 축제를 개최했다. 이는 조선시대 성리학에 끼친 이황의 큰 영향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퇴계는 1591년 조선시대 유가였다. 인간에 대한 그의 탐구는 인간을 소우주로 파악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는 인간을 신성(神聖)과 욕망으로 설명한다. 신성이 욕망의 우위에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움을 찾고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 퇴계에게 신성은 이(理)이고 욕망은 기(氣)이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대 철학과 허남진 교수는 서울대 대학신문을 통해 “수기(修己)를 통해 항상 순선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경(敬)이 퇴계의 핵심사상”이라고 말한다.

  퇴계의 이기심성론은 기대승(奇大升)에게 이(理)는 곧 정제된 욕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신성에 대한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또 학문의 탐구를 위해 그에게 주어진 벼슬자리를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조정의 부패한 관리들의 행동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관직에서 물러서는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연구했던 유학자 남명 조식은 관직을 거부하고 자연속에 파묻혀 연구하고 현실을 비판했다. 이에 비해 퇴계가 택한 것은 지나친 욕망이 존재하는 당대 정치적 배경속에서 물러서는 것이었다. 퇴계는 주로 내적수양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식’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시한 것은 ‘실천’이라 했다. 그만큼 실천또한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퇴계는 이(理)와 더불어 경(敬)을 연구하는데 힘썼다. 경은 주로 깨달음과 자신을 낯설게 하는 것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을 평범하게 보지 말고 낯설게 보라고 권한다. 또 그의 학문은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는, 나에게서 찾는 공부이다.

  또한 퇴계가 명필이라는 것은 그의 학자로서의 업적에 가려져 있었다. 최근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서예사특별전’의 주제가 바로 ‘퇴계 이황 - 글씨로 보는 도학자의 삶과 예술’이다. 퇴계의 글씨는 그가 살아있을 당시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듯 바르고 정확하다고 알려졌다. 퇴계는 도학자로서의 모범을 몸으로 보였다. 자신이 정해놓은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자기를 다 바치는 성(誠)을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까지 그의 사상과 교육관이 많은 이들에게 거론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탐구의 차원을 넘어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준 업적 때문이 아닌가 한다. 5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에 대한 연구와 회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들이 단순히 그를 기리는 내용이 아니라 보다 심도깊은 탐구로 지속되길 바란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