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5일 열림원에서는 문학계간지 『문학·판』 겨울호를 창간했다. 『문학·판』의 출현으로 인해 문학계간지 판이 이른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되고 있다. 기존 계간지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닫혀있던 자리를 열어주고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고자하는 것이 『문학·판』의 창간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창간호의 시작은 남들이 보지 못한 것 지나쳐갔던 것을 되짚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집으로 준비한 ‘엽기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도 이미 식상하고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다. 하지만 『문학·판』은 엽기의 폭발적 인기와 유행에 비해 그 개념이나 인식의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들이 전무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엽기란 단어의 어원, 과거 엽기의 상상력, 그리고 방송매체에서 떠들어대는 엽기가 아닌 그림자처럼 숨겨진 엽기적 문학 등을 통해 ‘엽기’라는 것을 좀 더 깊게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권두비평」이라는 코너에서 박철화 작가는 ‘열린 문학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이제는 문학이 언어의 대표성을 독점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다른 매체에서 대체언어로서의 길이 모색되고 있다”며 “열린 문학의 판이 필요한 시점에서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끌어들일 역동적 공간으로서의 소임의 필요”를 주장했다.

  또한 지금 가장 이슈화 되고있는 보복전쟁에 대해서도 이성원(서울대·영어영문학과)교수의 ‘테러리즘에 관한 단상’을 통해 법수호적인 미국과 새로운 법제정을 위협하는 빈라덴간의 지루한 소모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글에선 폭력에 대한 정당성과 신의 폭력을 논하는 등의 새로운 문제제기가 돋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일러스트와 만화 작품이 창간호에 신선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틈새공략과 같은 주제를 색다르게 바라보려는 시도들이 문화 권력 속에서 관성화 돼 가는 문학계간지 판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인지는 주목해봐야 하겠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