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5월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를 시작으로 창단한 『광대』는 우리학교 사회대 창작극 연구회 연극 동아리로서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그 작품을 공연 하는 동아리로 잘 알려져 있다.

  『광대』는 지난 11월29일 6기 앵콜공연으로 ‘해리’를 무대 위에 올렸다. 이번에 공연한 작품 ‘해리’는 지난해 한림문학상 공모전에서 희곡분분에 당선된 바 있는 창작극이다. 작품 ‘해리’의 제목은 정신의학적 용어인 ‘해리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사람의 성격일부가 떨어져 나와 독자적으로 행동한 뒤 그 행동의 기억은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다. 이번 연극 스토리의 열쇠라 할 수 있는 ‘해리현상’은 주인공이 연쇄살인범으로 죽게되는 원인이 된다.

  ‘해리’는 한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시작된다.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인기스타 정민수는 폭력형사로 이름 난 박형사를 만나 취조 내내 폭력을 당한다. 그때 심리분석사 민소영이 등장하는데 그 살인사건은 민소영의 어린시절 짝사랑에서 시작된 증오의 결과물이다. 그녀는 정민수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증오하게 되었으며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그녀는 그를 상담하면서 ‘10분 동안 잊혀진 기억(해리현상)’을 각인시켜 범죄를 인정하게 한다. 민소영의 계획대로 살인죄를 고백한 정민수는 그것이 계기가 돼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죽음을 맞는데 정민수의 유골상자를 품고 사랑한다고 외치는 그녀의 연기는 사랑의 집착이 끔찍한 행동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극 ‘해리’에서는 민소영이 자행한 보이지 않는 교묘한 폭력과 눈에 보이는 박형사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희생된 정민수가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 캐릭터를 이용해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만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잔인해 질 수 있는 존재라고 사람을 표현했다. 또한 “작품 ‘해리’ 속의 진정한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서 관객을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유도했다. 한편, 주인공들의 처절한 심리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 위에 고정시키며 연극 ‘해리’의 멋을 더했다.

/ 최소영 수습기자 0-a224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