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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열대, 아열대 지방의 태양 음료가 시커먼 커피라면 온대 지방의 태양 음료는 상큼한 초록색의 녹차중국 원산지로 서민 음료로 보편화된 당나라 때 한반도로 전파 우리나라의 보성 차밭은 일제때 조성됐다 해방 후 다시 경작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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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8  11: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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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본의 다도(茶道)에서 제공되는 녹차와 떡. 간결한 찻잔과 단촐한 디저트가 일본 다도의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녹색 이야기이다. 더불어 그 이야기의 주제는 미리 언급한 바와 같이 녹차이다. 부연하자면, 녹차는 태양 에너지를 듬뿍 머금은 ‘태양물’이나 다름없다. 찻잎이 태양 에너지를 빨여들여 우러낸 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적도와 아열대에 태양물을 시커멓게 우려내는 ‘커피벨트’가 있다면 그 위에는 녹차를 비롯해 수많은 찻잎을 양산하는 ‘티벨트(Tea Belt)’가 있다. 물론, 커피가 서양 음료 문화의 정수라면 녹차는 동양 음료 문화의 정점이고.

그런 태양물의 현신(現身)인 녹차는 중국 전설에 따르면 ‘신농씨’의 통치 기간 중 탄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농씨’란 기원전 4천년 경에 존재했다는 중국 고대의 삼황(三皇) 중의 한 명으로 농사짓는 법을 백성들에게 전파한 이다. 참고로 삼황의 나머지 임금으로는 ‘신농씨’ 이전의 ‘수인씨’와 ‘복희씨’로, ‘수인씨’는 불의 사용과 화식(火食)을, ‘복희씨’는 수렵과 목축을 발견하고 창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중국 쓰촨성과 티베트 경계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자생한 것으로 보이는 녹차는 기원전 약 2700년 경 처음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를 기호품으로서 마시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 시대로 기원전 59년에 발간된 「동약」(僮約)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동약」(僮約)은 왕포(王褒)라는 이름의 문인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것으로서 왕포가 여기에 자신이 차를 구입한 사실과 함께 차 도구를 닦은 일상을 적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기원전부터 시음되기 시작한 녹차는 언제 한반도에 들어왔을까?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 후반부터 차를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통일 신라 시대인 흥덕왕 828년에 당나라로부터 씨앗을 선물 받아 지리산 일대에 차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보성군과 광주, 전주, 하동을 포함하는 지리산 외곽에서 야생 차나무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보성 녹차는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들이 조성한 차밭을 광복 이후에 다시 일구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녹차를 수입했다는 것. 일본서기에 따르면, 서기 805년 경에 일본의 사이초 대사와 구카이 대사가 당나라 유학 후에 귀국하면서 녹차 제조 및 음차(飮茶: 차를 마심) 방법을 일본에 전파했다. 이 당시, 일본에서는 차가 대단히 귀해 승려와 귀족들만이 차를 즐길 수 있었다. 실제로 서기 815년, 한 사찰의 승려가 발효하지 않은 녹차인 ‘센차(煎茶)’를 일본 왕에게 봉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시기의 한반도가 일본과 사정이 달랐을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시대이건 마찬가지이겠지만 선진국의 귀한 먹거리가 처음 수입될 때는 가격이 무척 비쌌기에 특권 계층만 소비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녹차는 왜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와 일본에 전파된 것일까? 이유는 차나무가 한반도와 열도에 보급될 당시의 중국 지배 왕조가 당나라였는데 당나라에서는 녹차가 이미 서민들도 즐기는 대중문화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기 760년에는 육우(陸羽)라는 문인이 차의 역사와 도구, 산지와 정신적인 수양 등에 관한 폭넓은 내용을 ‘다경(茶經)’이라는 이름으로 펴낸 바 있다. ‘다경’은 책 이름 그대로 ‘차에 관한 경서’라는 뜻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 백과사전이다.

한편 녹차는 한반도와 달리, 일본에서 더욱 높이 숭상받으며 ‘다도(茶道)’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탄생시킨다. 물론, 한국에도 ‘다도(茶道)’가 있긴 하지만 일본의 ‘다도(茶道)’는 그 독특함에 있어 한국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에 독자적으로 다룰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다도는 전국 시대에 완전히 정착되었는데 이는 매일매일 피비린내 속에서 살아오던 무인들이 한 잔의 초록으로 한순간이나마 평화로움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색채 심리」의 저자, 스에나가 타미오에 따르면 그런 ‘다도(茶道)’는 초록 이미지 트레이닝의 극치이며 독창적인 긴장 이완 장치의 완결물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다도(茶道)’는 센노리큐(千利休)라는 승려에 의해 창안되었는데 센노리큐는 훗날, 리큐라는 짧은 이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리큐는 한 잔의 차를 마시는 행위가 사람에게 상상 이상의 활력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에 착안해 정적 속에서 차를 젓는 소리, 손에서 느껴지는 차기의 감촉, 눈에 들어오는 짙은 초록색, 향기와 미각, 그리고 한 잔을 마시기 위한 호흡과 오감의 자극을 모두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자신의 스승, 조오에게 사사받은 리큐는 나중에 일본 통일의 초석을 마련한 오다 노부나가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茶道)’를 관장하했는데 전국 통일 후 갈수록 방자해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에 의해 자결했다. 이유는 히데요시의 화려한 다도를 못마땅해 했기 때문. 그렇게 목숨을 바쳐 지킨 덕분에 일본의 다도는 오늘날에도 조촐하고 검소하기에 그 정신 세계가 더욱 깊어진 일본 문화로 발전하게 됐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녹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에 대한 이야기로 초록 오디세이를 마치도록 하겠다. 어느덧 초록의 계절 5월하고도 중순이다. 모두들 코로나에 굴하지 말고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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