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인권침해 조항, 민중에 대한 폭력적 탄압 우려돼

  9월11일 뉴욕무역센터의 테러이후 많은 사람들은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었다. 아직도 이러한 공포는 계속되고 있으며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 테러가 있은 후 지식인들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나타날 파급효과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그 중에서도 크게 제기됐던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들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미 테러 이후 각 나라들은 국가의 안보라는 미명아래 민중들을 통제하고 감시해 민중들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자유와 사생활’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많은 나라들이 안보를 명분으로 테러와 관련한 법들을 통과시키면서 구체화 돼가고 있다. 실제로 이미 미국 상원이 10월25일 ‘반테러법’을 통과시켰고, 프랑스 하원도 10월31일, 반테러조치를 강화하는 ‘일상보안에 관한 법안’을 통과 시켰다. 이러한 대세는 우리나라에도 어김없이 적용됐으며 현재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테러방지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1월12일에 입법예고 되었던 ‘테러방지법’은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27일에 국회에 상정됐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의 정의를 “정치적·종교적·이념적·민족적·사회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행하는 ▲국가요인 및 그 가족, 각계 주요인사, 외국요인, 주한 외교시설에 대한 폭행·상해, 약취, 체포·감금·살인 등의 행위 ▲국가중요시설, 대한민국의 제외공관, 주한 외국정부 시설의 점거·방화·폭파 및 다중이용시설의 방화·폭파 행위 ▲항공기·선박·열차·차량 등 교통수단의 납칟폭파 ▲폭발물·총기류·유해성 생화학 물질·방사능물질 및 기타 무기 등을 사용하여 위협하거나 무차별한 인명 살상 ▲우리나라가 체결·비준한 조약에서 규정한 테러행위 등의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테러에 관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들은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기에 강력하고도 막강한 위력을 가진다. 이러한 점을 현실 사안에 적용했을 때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시위형태도 테러행위로 규정될 수 있으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자신들의 사업장을 점거할 경우에도 테러가 된다. 이 뿐만 아니라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군대의 동원이 가능하며, 그들은 경찰관의 지위로 수사를 하고 민중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테러방지법안의 핵심이 그 동안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와 수많은 비리, 공작정치에 연류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게 내란·외환죄, 반란죄, 국가보안법에 걸친 수사권을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하고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강화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에 따라 설치되는 대테러센터는 대테러대책회의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국정원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며,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가 설치되고 대테러센터의 장은 국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대테러대책 활동의 주요 요직을 사실장 국정원이 독점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에 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과 경찰의 경계를 허물고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에 초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테러방지법은 통상 20일간 이었던 입법예고기간을 10일이나 단축하고, 거의 보름만에 국회에 상정된 것이다. 테러방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존재하는 법체계 내에서 틈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닌데도 왜 이렇게 입법을 서두르는 것일까? 불 보듯 뻔하게 인권침해를 부를 법안이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이렇게 졸속적으로 통과되는 일은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국민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테러방지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다.

/ 김진희 기자 real-l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