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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보라색 종류만 57가지로 세밀하게 구분한 일본 하지만 한국은 보라색이 대표색인 ‘BTS’가 있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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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13  08: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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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하철 노선도에도 보라색 라인이 심심찮게 등장
반면, 한국은 BTS의 ‘보라해’가 전통적인 불리함 뒤집어

 

   
▲ 2019년 부산 시네마 센터에서 열린 ‘BTS’의 공연에서 ‘BTS’와 BTS의 공식 팬클럽인 ‘아미’를 위해 주최 측에서 준비한 보라색 네온사인. 천장이 온통 보라색으로 채색된 가운데 ‘BTS’와 ‘아미’를 환영한다는 흰색 영문이 보인다.(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보라색이 하늘이 중심인 북극성의 빛이며 보라색 기운이 동쪽에 온다고 믿었던 중국인들의 영향을 짙게 받아서일까? 아시아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 태양을 가장 먼저 맞이했던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보라색을 숭상해 마지 않았다. 자신들을 태양이 뜨는 나라라고 굳게 믿었던 일본인들은 해서, 수나라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해가 뜨는 나라의 천자가 해가 지는 나라의 천자에게 글을 보낸다고 표현할 정도로 태양의 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니 일본인들은 7세기를 전후해 ‘지치’라는 식물 뿌리에서 추출한 염료를 사용해 보라색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서 보라색이 추앙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율령을 반포해 국가의 기틀을 다진 쇼토구(聖德) 태자가 12단계의 관직을 확립하며 관과 의복의 색을 규정한 것으로서 당시, 보라색은 여러 색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놓여졌다. 이후, 통일신라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는 헤이안 시대에는 보라색이 왕과 귀족 사이에서 고귀함과 품위,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색으로 폭넓게 인식됐다. 그래서일까? 일본인들은 음식 가운데에서는 표면이 온통 보랏빛인 가지를 매우 상서롭게 여겼다. 오죽했으면 꿈속에서 가지를 보면 길몽이라고 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에도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가지를 좋아했다는 설과 함께 무사함을 의미하는 후지산, 높음을 의미하는 매와 함께 가지가 전통적으로 운수에 좋다는 설이 양립하고 있다.

각설하고, 일본인들의 보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는 그들의 보라색 분류에서 잘 드러난다. 자신들의 전통적인 보라색을 무려 57가지로 분류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짙은 보라’ ‘옅은 보라’ ‘적보라’ ‘분홍 보라’ ‘포도 보라’ ‘목련 보라’ ‘매화 보라’와 같은 이름으로 보라를 세세하게 구분해 부르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보라는 ‘에도 보라’. 참고로 ‘에도’(江戶)는 도쿄의 옛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비유해 말하자면 조선왕조의 수도인 ‘한성’이라 할 수 있다.

그 의미가 궁금해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을 찾아보니 ‘에도 보라’는 17세기에 개창한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에도에서 염색된 보라색을 뜻하는 것으로서, 푸른빛을 띤 보라색을 일컫는다고 한다. 분홍색 염색에 뛰어난 교토의 ‘교베니’(‘베니’란 분홍의 일본어임)에 대항해 보라색 염색은 에도가 뛰어나다는 의미로 탄생했다는 것이 ‘야후 재편’의 설명. 재미있는 사실은 에도와 교토의 색깔 다툼을 반영이라도 하듯, ‘천자만홍’(千紫萬紅)이라는 사자성어(四子成語)가 일본에 있다는 것. ‘천자만홍’이란 천 가지의 보랏빛, 만 가지의 분홍빛을 의미하는 한자어로 우리말의 ‘만화방창’(萬化方暢)과 같이 형형색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상황을 일컫는 용어이다. 말하자면 일본인들에게 있어 다채로운 색깔의 꽃들은 결국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대표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계 어느 곳보다 보라색 성과 보라색 이름을 듬뿍 가진 나라 또한 일본이다. 우선 보라색 들판을 의미하는 ‘무라사키노’와 ‘무라사키하라‘ ’시하라‘와 ‘시노’를 비롯해 보라색 구름을 일컫는 ‘시운,’ 보라색 파도를 의미하는 ‘시와’ ‘시바’ ‘시바나미’를 비롯해, 보라색 냇가인 ‘무라사키가’와, ‘시가와’ ‘시카와’ ‘시센’등이 일본 이름의 앞과 뒤를 장식한다. 또 보라색 정원인 ‘시온’, 보라색 칡인 ‘시도우’ ‘시토우’, 보라색 꼬리인 ‘시오’ ‘시비’ 등도 종종 마주치는 명사들이다.

한편, 다른 색에 비해 보라색의 사용량이 비교적 적은 지하철 노선도에서도 역시, 일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선, 일본 나고야의 시영 지하철인 메이죠선과 메이코선, 더불어 도쿄메트로의 한조몬선, 오사카 메트로의 타니마치선 역시 보라색을 노선 색으로 채택하고 있다. 호기심에 한국을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의 동쪽 끝인 하남, 마천에서 서울의 동쪽 끝인 방화까지 연결하는 5호선이 보라색이며, 부산은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부산-김해경전철이 보라색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보라색의 백미(白眉)는 단연코 ‘BTS’(방탄소년단)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에 데뷔해 지금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보이 그룹이 된 ‘BTS’와 BTS의 팬클럽 ‘아미’의 공식 색깔이 보라색인 까닭에서다. 지난 2016년의 한 콘서트 장에서 공식 응원봉인 ‘아미봉’에 처음으로 보라색 비닐을 씌우는 행사를 가진 BTS는 이 자리에서 보라색이 무지개의 마지막 색깔이라며, 상대방을 믿고 서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팬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보라색은 ‘BTS’와 ‘아미’의 공식 색상이 됐으며, ‘사랑해’를 의미하는 ‘보라해’가 이들의 인삿말이자 안붓말이 됐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검색 사이트 ‘구글’을 들여다 보면 ‘보라해’의 영문 직역어인 ‘Borahae’가 무슨 뜻인지와 함께 그 어원을 묻는 질문들을 어렵잖게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BTS’는 2021년 현재 빌보드 역사상 4번째로 1위 데뷔곡을 5개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50억 달러(약 5조 7천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수퍼 그룹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한때 한반도에서 ‘호화색’으로 경계되거나 ‘잡색’으로 천대받던 보라색의 극적 반전이 아니겠는가?

그럼, 다음 시간에는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보라색에 대해 알아본 후, 그림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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