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에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은 없다
동일성 부정하고 차이에 주목하는 열린 태도 제시해

  지난 4일 강의동 7307강의실에서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특성들’이라는 주제로 대학원 특강이 진행됐다. 이번 특강은 황수영(서울대 대학원·철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황교수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앞서 프랑스 철학의 전반적 성격과 배경을 정리했다. 황교수는 “프랑스 철학이 영국의 경험론적 전통과 독일의 관념론을 포괄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 문화의 다양성 때문”이라며 “프랑스는 근세이후 유럽의 문화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독창적인 철학가들을 배출해냈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철학은 현실에 뿌리를 둔 이론을 연구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과 상호 교류하면서 발전해 왔다”며 프랑스 철학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황교수는 프랑스 철학의 특색을 소개하며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 철학은 명석함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성적 사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능력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파스칼의 감성과 심정에 대한 중시 ▲파스칼을 비롯해 루소, 베르그손에게서도 나타남 ▲문학과 예술에 영향 등을 언급했다.

  황교수는 17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프랑스 철학자들을 통해 프랑스 철학의 흐름과 특징을 소개했다. 이어 ‘현대 프랑스 철학의 특성’을 설명하며 “현대 프랑스 철학은 대략 1930년대 이후의 철학적 조류”라며 “프랑스 내부의 상황으로 인해 정치성과 대중성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꼬제브(Koj ve)와 이뽈리트(Hippolite)의 헤겔강의에 대해서는 “30년대에 6년간 행했던 꼬제브의 헤겔강의는 헤겔주의를 전파하고 여러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2차대전후 열린 이뽈리트의 헤겔강의는 프랑스에 헤겔 철학의 전통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볼리트의 헤겔강의를 통해 니체, 맑스, 프로이트가 소개됐다고 덧붙였다. 황교수는 “2차대전 후 사르트르와 메를로뽕띠, 드 보봐르는 철학잡지인 ‘현대’지를 통해 프랑스 지성계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60년대 이후의 철학자들과 사상을 소개하는 중 “프랑스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포스트모던으로 사회를 분석한 리오따르를 제외한 철학자들은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포스트모더니즘 또한 모던의 연속선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대 프랑스 철학은 아직 고전의 목록에 포함되지 못한다”며 “아직까지 정통한 해석이 없어 대학에서도 정규과목으로 채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호 긴장을 중시하는 프랑스 학문 풍토가 철학자들의 시도를 중시하고 고전 목록에 자리잡을 기회를 열어둔다”고 덧붙였다.

  황교수는 프랑스 철학의 사상을 ▲이성에 기반한 거대 담론의 불신 ▲역사와 진리를 구성하는 원리와 주체에 대한 불신 ▲명증성과 확실성에 대한 불신 ▲인간·사회·권력의 병리적 구조의 비판 등으로 요약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양한 학문들간의 연계성과 사회의 다양성·특수성·우연성을 중시하고 인문과학의 운명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통일·동일 원리를 부정하고 타자성과 차이에 주목하는 프랑스 철학은 모든 동일성을 부정한다는 들뢰즈 이론의 근본이 됐다”고 결론지었다.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