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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17세기 유럽에선 미이라 갈아 만든‘머미 브라운’유행 ‘바보들의 금’이라 불린 황화철도 인기있던 갈색 안료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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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6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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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들의 초록색 국기는 갈색 땅의 녹색 아이러니
국기에 밤색 쓰는 국가는 산화된 피로 독립 의지 표명해

 

   
▲ 사진 설명. 이탈리아 북부도시인 파르마에 있는 성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의 원형 천장화인 <복음사가 요한의 예지력>의 전경. 르네상스 중기 화가인 안토니오 코레지오의 작품으로 온통 갈색 색조가 천장의 그림을 휘감고 있는 전경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영화와 관련된 갈색을 소개해 봤다. 더불어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갈색 향연의 ‘끝판왕’이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기에 등장하는 갈색은 어떠할까?

호기심에 중동 지역의 국기를 찾아보니, 갈색 땅에서 이룩한 문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갈색을 국기에 넣은 국가는 거의 없음을 발견했다. 반대로 대부분의 중동 국가 국기에서 발견된 색은 녹색이었다. 국기 바탕색이 온통 초록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렇고, 삼색기의 상단에 초록색을 넣은 이란이 그러하며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모두 마찬가지였다. 거친 황무지가 펼쳐진 중동 지역에서 초록색은 생명과 풍요를 의미하는 소중한 색깔이었기에 국기에서도 상징색으로 톡톡히 역할했다는 생각이다. 갈색 지역의 녹색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갈색을 국기에 사용하는 국가는 아예 없는 것일까? 세계 국기도감을 살펴보니 유럽에서는 발트해 3국 가운데 가운데에 자리한 라트비아가 수평삼색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갈색보다는 밤색에 가운데 색상을 삼색수평기의 위와 아래에 두르고 있다. 빨강과 파랑, 노랑과 초록색이 흰색과 함께 자주 동원되는 유럽에서 라트비아가 밤색을 사용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3세기 말 침략자에 맞서 싸울 때 의용군이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일반적이다. 여기에서 밤색은 전투에서 흘린 국민들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써 라트비아가 자유와 독립을 위해 또다시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그래서일까? 라트비아의 국기는 라트비아가 1940년에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인 소련에 편입된 이후, 사용이 금지되었다가 소련 해체 이후인 1990년부터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기에 밤색을 쓰는 또 다른 국가로는 중동 국가인 카타르를 꼽을 수 있다. 톱니 모양의 넓은 색 하얀 띠가 깃대 쪽에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진한 밤색으로 염색된 카타르 국기는 원래 빨강이었던 색깔이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진해지면서 밤색에 가까워졌다. 흰색은 라트비아와 마찬가지로 평화를 상징하며 밤색은 카타르가 19세기 후반에 겪은 전쟁의 유혈 참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국기에서 밤색이 사용되면 결국,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표명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기가 아닌 캔버스에서의 갈색은 어떠할까? 색채학에서 보자면 갈색은 빨강과 주황 계열의 색에서 명도를 낮춘 색상이지만 자연에서 갈색을 얻으려면 특별한 소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사 시대의 인류는 황토색이라는 의미의 ‘오커’라고 알려진 황화철을 통해 갈색을 구했다. 참고로 황화철은 황과 철의 화합물로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주인공인 조디 포스터를 통해 미국에서는 ‘바보들의 금’으로 널리 알려진 성분이다. 지구 표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물질로 인류가 최초로 쓴 안료 가운데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선사시대 동굴에서 발견된 소, 사슴, 사자와 손자국 등의 벽화는 이러한 황화철이 함유된 흙으로부터 얻은 따뜻한 갈색이나 밤색으로 채색됐다. ‘오커’로 알려진 황화철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도 널리 사용됐다. 풍부한 양만큼이나 종류 또한 다양해 안료로써의 쓰임새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길 잃은 시간 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라는 책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1600년대에 고대의 미이라를 갈아서 그림을 그렸다. 더불어 미이라는 고양잇과 동물들과 함께 사람까지 포함했다. 이 책의 저자인 라이언 노스에 따르면 갈색 유화 중에서는 프랑스의 바로크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미이라를 갈아서 만든 안료인 ‘머미브라운’을 사용했다. 앞서 갈색 영화를 대변하는 배경과 내용 모두 중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영화 ‘미이라’를 거론한 바 있는데, 갈색 염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안료 또한 미이라였다니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머미브라운’은 시나브로 인기가 시들해졌는데 이는 윤리적인 문제라기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다른 화학 안료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갈색 안료는 언제부터 캔버스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까?

「색깔의 말」의 저자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에 따르면 인류는 르네상스의 첫 전성기가 지나고 나서야 갈색을 가치 있는 색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서양 미술에서 갈색이 안료로써 제대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가 시작된 14세기부터라는 것이다. 이 시기, 갈색에 선구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화가로는 안토니오 코레지오를 꼽아볼 수 있다.

르네상스가 절정에 달하던 15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코레지오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의 자연주의 예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후기 르네상스에 한 획을 그은 화가였다. 특히, 그의 나이 서른두 살 때인 1521년에 완성한 <복음사가 요한의 예지력>은 파르마에 있는 성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의 원형 천장을 온통 갈색으로 물들인 걸작으로 마치 천상 세계를 올려다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 명작으로 유명한다. 코레지오는 이후에도 수많은 종교화를 통해 부드러운 갈색 색조가 캔버스와 벽화 전체를 압도하는 작업 양식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바로크의 시대의 화가들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그리고 한국의 갈색 화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제 곧 오미크론 확진세가 정점을 지난다는 소식이다. 조금만 더 참으면 머지않아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올 터. 그때까지 모두들 몸조심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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