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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인공지능 시대와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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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03  10: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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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지. 스스로 즐겁게 날다보니 내가 나인지를 잊어버렸다네. 문득 깨어보니 잠에서 깨어난 내가 아니겠는가. 모르겠네,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걸까 아니면 나비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호접몽(蝴蝶夢)’ 우리 말로 하면 ‘나비의 꿈’으로 잘 알려진 “장자(莊子)”의 한 구절이다. 짧지만 몽환적이고 알쏭달쏭하다. 일반적인 해석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선입견에 대한 충고이다. 선입견이 빚어낸 편견에서 벗어나 나와 외물(外物)의 분별이 사라진 경지를 깨달으면 물아일체(物我一體)한다는 뜻이다.

물아일체라는 고상한 경지까지는 아니라도, 나와 외물 사이의 경계를 짚어보자는 생각은 무척이나 되새겨볼 만하다. 주체와 타자, 중심과 주변의 차별 논리에 성찰과 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울림은 근대 이후도 여전하다. 인간ㆍ국가(민족)가 보편 기준이었던 근대의 자유와 평등 이면에는 타국ㆍ타민족(인종)에 대한 차별, 사회 내의 열등자ㆍ소수자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온존하지 않았던가. 내ㆍ외부의 타자들 나아가 자연, 동물 등에 대한 차별과 착취는 궁극적으로 경계짓기를 넘어, 서로에 대한 인정과 공존을 내면화할 때에 사라진다.

그런데 나비꿈은 인식과 존재에 던지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도 독해가 가능하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 나는 감각적, 피상적인 외형에 사로잡힌 존재이고, 현실은 불완전한 오감(五感)이 쌓아올린 인식의 덩어리가 아닐까? ‘나비꿈’은 인식과 기억을 통해 형성된 인간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이 ‘과연 객관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는 감각의 다발에 불과하다는 해석으로까지 안내한다.

나비꿈은 기억과 감각이 인간을 형성한다는 SF의 오랜 주제와도 연결되어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도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감각과 기억에 대한 공유를 통해 사이보그, 인공지능, 로봇과의 연대성을 확인할 수도 있고, 나비를 체험하는 자유자재한 ‘새 인간’의 탄생으로까지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다. 나비가 된 우리가 더 인간적인 존재가 될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 예컨대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등장하는 반(半)좀비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겠다.

이 짧은 글에서 독자에게 드리는 한 가지 제안. 고전인 나비꿈에서 차별 논리에 대한 성찰과 생명과 정보, 기억, 감각, 인간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사유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고백컨대 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던 고전 안에 더 나은 인간을 선택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있으리라 믿는다. 희망이 느껴지는 새 학기, 고전의 영예에 오른 아무 책이나 선택해 읽고, 지금 부딪히는 기후, 재난, 공정, 상생, 미래 등의 난제에 맞서며 훨훨 자유의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떨지!

 

/이경구 한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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