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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좁은 골목길’‘경찰 늑장대응’ 등 원인 ‘첩첩’5일 기준, 340여명 사상자 발생 외신, “한국 정부 대처 부실”
이지현 편집장  |  augjh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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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05  10: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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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이민한 기자

핼러윈을 앞둔 이태원에서 156명이 압사 사고로 사망하는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약 340명의 사상자를 낸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5일 오전 기준 희생자는 총 156명, 부상자는 196명이다. 외국인 희생자는 이란ㆍ미국ㆍ우즈벡ㆍ중국 등 국적으로 총 26명이며 전체 희생자 중 101명은 여성, 55명은 남성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도 있어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정말 참담하다”며 “사고 수습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또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로 하여금 핼러윈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까지 긴급 점검을 시행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참사는 핼러윈을 앞두고 대규모 인파가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임에도 통행 관리가 안됐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1㎡당 7.1~7.2명 이상이 밀집되면 치사율에 가깝다”며 “대충 계산해 봐도 당시에는 1㎡당 10명 이상이 군중 밀집도를 가졌고 이는 곧 압사 가능성이 굉장히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위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경사와 당시 술이 뿌려져 미끄러웠던 바닥도 사건을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해밀톤호텔이 측면부에 설치한 ‘분홍색 가벽’이 골목 폭을 좁히며 사고를 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가벽은 에어컨 실외기와 환기 시설을 가릴 목적으로 설치됐다. 현재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폭이 4m 이상 확보돼야 하지만 1970년 준공된 해밀톤호텔은 가벽을 세워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가벽으로 인해 도로 폭이 3.2m로 좁아지며 병목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인명 사고를 방지해 이태원뿐만 아니라 홍대입구ㆍ신촌ㆍ대학로ㆍ건대입구 등 상가 밀집 지역의 위법 건축물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이번 참사에는 경찰과 정부 대응이 부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 당일 이태원역에서는 저녁부터 도와달라는 112 신고가 빗발쳤다. 압사 관련 신고가 처음 들어온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관련 신고는 약 98건에 달했다. “숨을 못 쉬겠다”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압사 위험 신고와 “기절한 사람이 많아 구급차가 필요하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대국민 사과했다.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이 실명으로 윤 청장의 말에 반박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핼러윈 당시도 안전 우려로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병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출소 직원들은 현장에서 틈틈이 시민들에게 해산을 요청했지만 지하철ㆍ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아 20명으로 역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장의 당시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에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이라고 낙인찍혔다”며 반박했다.

외신에서도 이번 참사와 우리 정부의 대처를 중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태원 참사는 한국에서 ‘세월호 침몰’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가 난 사고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행사 전 용산구청의 대책 회의에서 인파 통제 노력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제하는 국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ㆍ의료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직접 심폐소생술(CPR)에 나서기도 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 거리를 걷던 중 사고 소식을 들은 간호사ㆍ간호조무사 자매는 세시간 가량 40~50명의 환자들에게 CPR을 실시했다. 언니인 A씨는 “스타킹도 다 찢어지고 무릎도 까졌다”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구조 작업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이 구조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영상이 SNS 사이에서 퍼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영상에는 구급차 근처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떼창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등 비판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이태원 1번 출구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추모 공간은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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