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에서는 이번 한학기동안 학생생활상담센터 최명식 전임상담원이 상담을 하면서 느낀점을 칼럼형식으로 지면에 싣는다.

  성인(聖人)이라고 하면 예수나 부처처럼 인류에게 사랑과 자비를 설파하고 실천한 위대한 인물들을 말한다. 그런데 성(聖)자를 한자로 풀어 설명하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기막힌 뜻이 나온다. 聖자는 귀 이(耳)자와 입 구(口)자, 그리고 짊어질 임(壬)자로 이루어져 있다(짊어질 임자는 맡을 임(任)자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즉 입과 귀가 자기 맡은 바 소임을 잘 하는 사람, 그러니까 잘 듣고 잘 말하는 사람이 성인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석하고 나서 성경이나 불경에 나오는 예수와 부처의 이야기, 또는 다른 성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 성인들이 나눈 대화를 보면 어쩌면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또 거기에 맞는 적절한 이야기를 하는지 놀라게 된다. 그래서 성인과 대화를 나눈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거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대화는 그 자체로 너무나 큰 힘을 발휘한다.

  상담을 해보면 이것을 너무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사실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충고를 하거나 어떤 길을 제시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주로 하는 작업은 상담을 받는 학생(내담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경청)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읽어 주는 것이다(적절한 반응).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작업만으로도 내담자들은 많이 호전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게 된다. 상담 끝날 때는 잘 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자인 나 스스로도 대화가 잘 진행된 내담자에게서 문제가 많이 호전되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정신과 의사 분은 정신병 환자도 대화가 잘 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고 한다. 바로 대화 속에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마술과 같은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화, 즉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거기에 적절하게 반응해 주면 그 자체로 아주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 통하는 사람,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또 거기에 맞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닐까. 이제 한번 대화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나 자신은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가.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기는 한가. 그리고 타인에게 적절한 말을 전해주고 있는가. 다음에는 잘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자.

/ 학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