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집은 어디인가

발톱을 깎고 있는데 개미가 한 마리 찾아왔어 자신도 발톱을 깎아 달라 하기에 너도 발톱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 간신히 발톱을 발견하기는 했는데 너무 작아서 도저히 자를 수가 없었어 다리가 통째로 날아가고 말 거라고, 돌아가라 그랬지 다시 나머지 발톱을 깎고 있는데 다른 개미가 한 마리 찾아왔어 자신의 손가락에 가시가 박혔다고 뽑아달라 하기에 찾아보았는데 가시를 볼 수 조차 없었어 그렇게 몇 마리의 개미가 다녀가고 나서야 나는 발톱을 모두 깎았어 발톱의 잔해가 별처럼 방안 가득 뿌려져 있더군 개미들은 어쩌다가 이 발톱이 길을 막으면 힘들게 궤도를 수정해서 우주 저편의 제 집으로 갔어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면 언젠가 방법을 알아내어 찾아가 주겠다고 말했어 그리고 개미들 뒤를 따라갔는데 개미의 집도 찾지 못하고 은하계 어디쯤, 그들을 놓쳐 버렸어 난 가급적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모든 걸 잊어버리기로 했어 그 개미들도 어떻게 잘들 살아가겠지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별들을 한데 모아 버리려는데 이 별들이 하나 같이 빙긋 빙긋 웃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불안해 지기 시작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별처럼 찾아 헤맬 자신이 없어 별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거든?

*영화제목. 알로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 영화. 어린 소년이 친구의 숙제를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다니는 내용.

/ 김원국(어문·국문·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