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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진단]대학가의 ‘성문화제’를 진단한다성, 이제 억압과 굴레의 껍데기를 벗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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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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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의 잇단 성문화제는 ‘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작년 연세대의 ‘성정치 문화제’를 시작으로 올해만해도 이화여대, 성균관대, 동국대, 서강대 등 여러 대학들이 각각 나름대로의 특색을 띤 성문화제를 열었다. 이것은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호응이 대학가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년 9월 연세대에서 처음 ‘성정치 문화제’를 열었을 때만 해도 학생들의 관심도와 인식도가 낮은데다 콘돔을 전시하는 등 당시로는 파격적인 행사진행으로 인해 그 시작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올해들어 있었던 성대와 동대에서의 성문화제는 학생들의 호응이나 관심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행사의 질적인 성장도 두드러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학가의 성문화제 양상은 크게 ‘성정치 문화제’와 ‘페미니즘 문화제’로 양분된다. 둘다 ‘성’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과, 여성성을 가부장적인 시각으로 규정짓는 행태를 바로 잡는다는 요지를 품고 있다. 언뜻 보면 여성에 국한된, 여성해방을 부르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숨은 뜻을 곱씹어 본다면, 이것은 성정치에 관한 인식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새롭게 정립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금기시 되어오고, 그 속에서 억압당하며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성에 관한 본질적인 연구가 실로 필요한 때가 왔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 성문화제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동성애와 에이즈’, ‘성폭력과 성윤리’, ‘성정치와 성정체성’에 관한 것들이다. 서강대 같은 경우 ‘동성애와 에이즈’문제에 관해 상당히 진보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시도를 보여 주었다. 학술강연회를 통해 호모, 게이, 이반 등 동성애에 관련된 단어의 의미를 해석, 동성애의 원인과 이를 통한 에이즈에 관한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이 강연회에 참가했던 한 동성애인권운동가의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차이가 없다. 다만 사랑의 대상이 이성이 아닌 동성이라는 것 뿐이다’라는 말은 일반인의 동성애자에 관한 분리된 사고 체계에 대한 강한 거부를 호소하고 있다.

  ‘성폭력과 성윤리’ 문제는 동국대의 ‘동악 성문화제’에서 있었던 이색적인 인형극이 주목할 만 하다. 『복상씨가 웃는다』라는 제목의 이 인형극은 연달아 딸만 낳는 복상씨가 그 딸들을 죽이면서 학수고대하던 아들 ‘남봉’을 얻지만 난잡한 여성편력을 보이던 복상씨는 복상사로 세상을 떠나고, 남봉 역시 아버지와 같은 행각을 벌이면서 겪는 일들을 파격적인 형식의 극으로 풀어냈다. 가부장제 하의 한 가족사를 통해 성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던지고자 했던 이 인형극은 파격적인 대사와 스토리, 뚜렷하지 않은 주제의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이화여대에서는 페미니즘 영화 상영과 서동진씨의 「섹슈얼리티 정치와 페미니즘」강연을 통해 매춘이나 성의 상품화 문제들이 여성운동단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 즉 성정체성의 확립을 통한 성정치로써의 힘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이렇듯 대학들의 연이은 성문화제는 ‘성이란 무엇인갗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성정치의 나아갈 길’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나날이 극단적으로 상품화되어가고 있는 성에 대한 자각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운동가들의 논쟁꺼리가 아닌 우리모두의 과제이며 또한 올바른 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제도와 권력아래에서 억압받는 그대들은 진정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성을 바라보는갗라는 질문에 함구해야만 하는 현실을 이제는 직시해야만 할 때이다.

/ 김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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