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은 한국의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 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심심풀이, 반 장난 또는 아주 진지하게 한해의 신수를 점치기 위해 토정비결을 펼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자신의 한해를 점칠 수 있기 때문에 신세대들도 토정비결 사이트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토정비결은 토정 이지함이 조선 16세기경에 서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설에는 토정이 서술한 것이 아니라고도 하며 높은 적중률로 인해 사람들이 토정비결의 내용만 믿고 마음대로 사는 것이 걱정된 나머지 토정이 내용의 일부를 고의로 훼손시켜 적중률을 낮췄다는 설 등이 있다.

  일설의 진위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수백 년 전에 쓰여진 토정비결의 점괘가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거기에는 무엇인가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 매력 중 하나는 토정비결에 쓰인 길흉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토정비결에 쓰인 전체 49개의 괘 중 33개(67.3%)가 좋은 운이며 나쁜 운에 관한 괘는 14(28.5%)개로 그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괘는 불운을 얘기하는 것도 길운을 얘기하는 것도 아닌 무해무득(無害無得)한 괘이다. 또한 좋고 나쁨의 해석에 있어서 토정비결은 다양한 융통성을 가진다.

  한 예로 토정비결을 본 사람이 지나간 일의 점괘는 거의 맞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점괘의 결과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1년 신수 가운데 빈번히 등장하는 점괘를 보면 첫째는 구설수요, 둘째는 관재수며, 셋째는 친구 또는 인간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다룬 내용의 괘이다. 이 세 점괘 모두 사회생활 속에서 사람들과의 부딪힘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내 얘기보다는 남 얘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며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한 노력과 관심 또한 크다. 또 살아가면서 맺는 인간관계도 좋고 나쁜 영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렇듯 토정비결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통계적 확률로 만든 점괘이기 때문에 토정비결을 본 사람들은 점괘의 결과에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토정비결이 맞다, 안 맞다를 논하기 전에 신년이 되면 이러한 매력에 끌려 토정비결을 찾곤 하는 것이 아닐까?

/ 최소영 수습기자 karida@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