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발언, 한반도 평화위협
제3국 간섭없이 남북한 대화 통해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지난 1월 29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3국의 정권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발언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해당 3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주요국들 또한‘어떠한 증거도 없이 대테러전을 확대시키는 부시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은 부시의 발언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고 “군사력의 확대로는 테러를 이길 수 없으며 전쟁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미 정부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지난 4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3국의 정권은 사악한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세계는 이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악의 축’으로 규정된 3국 중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더했다.

  부시의 발언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 언론 시민단체 등이 논쟁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조용했던 우리나라 여·야 의원들은 2∼3일이 지난 후에야 보수와 진보, 여야로 갈려 서로 비난전을 벌여 “한반도 내에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색깔과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내로 집중된 가운데 현 정치세력 중 일부에서는 부시의 지지발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조차 부시의 발언이 문제시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단지 외화 벌이 또는 방어용인데 부시 대통령 이를 과대 해석해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유력한 한국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의 “북의‘믿을 수 없는 이중성’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북한으로 돌리는 발언은 부시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으며 오는 20일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나온 부시의 발언은 한반도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온 일방적인 대국주의, 군사주의적인 발상임에 틀림없다. 또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무시한 채  9. 11 미 테러 이후 벌이던 대테러전과 연관져 북한을‘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의 발언으로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더 위협받고 있으며 다시 한번 한반도 내에 거센 반미감정이 불거질 것이다. 이러한 한반도 내에 긴장감과 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여·야, 보수·진보 세력간에는 대선을 고려한 소모적인 비난전을 즉각 멈추고 제3국의 간섭없이 남과 북이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자주적·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김정욱 기자 kjw030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