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강물을 헤엄쳐 가는 것이다. 무엇을 맞닥뜨릴지 몰라 두려움이 앞서기에 우리는 수없이 걱정하고 또 발버둥친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솔직하길 바란다. 일단 돌려 말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당신이 오해할 거 같아서 미리 말하지만 제가 나쁜 뜻으로 말하는 건 아니고 깨끗한 환경에서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보다는 ‘자리가 더러우니 치우세요’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완곡한 화법이 더 큰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 성격 때문에 마찰도 잦았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말을 험하게 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가끔은 말싸움으로, 더 나아가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군 복무할 때는 아예 ‘마음의 편지’로 말을 부드럽게 해달라는 부탁이 나오기도 했다. 나보다 상급자거나 연배가 높은 사람에게는 싸가지 없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그럼에도 고등학생 시절은 참 재밌었다. 남자고등학교라서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생활 초반이 지루했다. 남고의 야성적인 환경에 익숙한 나에게 대학교는 다들 가면을 쓰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맨 얼굴에 예의라는 가면을 쓰고 그 위에 가식이라는 가면을 얹는다. 사람에 따라 가면을 서너개씩 쓰고 다니기도 한다. 1학년 1학기를 마쳤을 땐 여기서 어떻게 버티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군대를 전역하고 3학년이 된 나는 신문기자를 진로로 결정 내렸다. 그에 따라 전공 ‘언론방송융합미디어’에 맞는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내 성격이 기자에 나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허용되는 선 안에서 자유로이 비판이 가능하다. 그 해 8월 복학한 후 학교에서 기사 작성 수업을 들으며 기사 작성에 흥미를 느꼈다. 또 좋은 기회가 생겨 한림학보 기자로 활동하며 내 안의 솔직함에 대한 열망을 풀었다.

그러던 중 편집장을 맡으면서 또 걱정이 생겼다. 편집장은 9명의 기자를, 그것도 다 큰 성인을 이끄는 자리다. 아무리 내가 상관이어도 같은 성인으로써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할 필요는 있다. 근데 그렇다고 지적할 것을 그냥 넘기거나 돌려 말하려니까 답답하지 않은가. 그래서 새 학기를 앞둔 겨우내 고민을 좀 했었다.

한학기가 끝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기우였다. 수천명의 재학생 중 우연히 9명의 기자를 만나 어느새 10개의 신문을 끝마쳤다. 다들 내 생각에 잘 따라줬고 서로에 대한 생각과 학보 활동 중에 생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놔줬다. 또 편집장의 되도 않는 말장난을 잘 받아줬으며 편집장의 취향에 따른 회식에도 많이들 참석했다. 마찰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면 무사히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학보 기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덧 4학년 1학기도 끝나간다. 이제 나에겐 반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어떻게 4년을 버티나’ 했던 1학년의 나를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우려였다. 별다른 발버둥을 치지 않아도 대학생활은 결국 잘 흘러갔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뭐 그리 발악했나 싶다.

당신도 삶이라는 강을 헤엄쳐가는 중이라면, 눈앞에 놓인 막연한 공포에 걱정하고 있다면 때로는 흐르는 물살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길 바란다. 강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마련이다.

/김정후 한림학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