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연구년을 떠나며 학보 주간을 마감하는 시점에 옴부즈맨 글을 요청하는 편집장의 연락을 받았다. 이 상황이 약간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토요일 오전이면 전날 밤을 샌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들을 훑어보며 제목도 조정하고 이런저런 수정 의견을 내온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기사 본문·사진 등 미세한 이야기 대신 매주 지면 의견에 덧붙이지 못했던, 학보 컨텐츠 구성 방향에 대한 의견 몇 가지로 대신했으면 한다.

늘 학보가 한림의 ‘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박동이 힘차니 한림의 피가 잘 돌고 강의실 안팎에서 학생의 활기와 탐구가 주체할 수 없는 혈기로 넘쳐나는 캠퍼스. 한림학보의 그런 힘찬 박동을 위해, 제일 주문하고 싶은 것은 독자들의 참여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기자들이 밤새 만든 작품을 할리머(Hallymer)들이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는 패러다임을 벗어나자는 것이다.

미국 뉴스 시장에서 로컬 커뮤니티 페이퍼들의 성장 모델로 ‘커뮤니티 빌딩’이라는 개념이 인정되던 시절이 있었다. 부수 수입의 소득원으로서의 뉴스 소비자 확충이라는 접근법이 아니라, 해당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언론과 뉴스 소비자인 시민이 목표를 같이 하고, 그 과정에서 뉴스 소비자의 뉴스 제작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커뮤니티 이슈들에 더 관여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커뮤니티 페이퍼, 언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모델이다. 이를 위해, 과제며 동아리 활동이며 바쁠 할리머들이 지면 제작에 참여할 동기부여 기제를 고민하고 보다 적극적인 기획과 섭외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유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한국내 대학의 상황을 감안, 외국인 유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지면 구성, 영어와 한글 콘텐츠의 유동적인 배치도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 그를 통해, 변화하는 대학환경에 학보가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말이다.

한가지 더 첨언한다면, 지면 구성에 좀더 신축성을 강화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학보는 주간지이지만 모든 언론이 정기발행의 역설에 빠져 ‘기존에 하던대로’의 패러다임에 갇히기 십상이다. 여기서 신축성이란, 학보가 중요하다고, 가치롭다고 생각되는 포인트에 방점을 찍는데 과감해지자는 것이다. 사진이 좋으면 그 사진 한장으로 지면을 구성하는 과감한 시도를 머뭇거리지 말고 해보자.

늘 기사 수업에서 하는 말이 ‘내지르고 받쳐주자’는 것이다. 현상의 핵심(gist)을 잡아내는 것이 내지르는 것이고, 탄탄한 팩트로 그 핵심 문장의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 받쳐주는 것이다. 매주 지면 계획을 잡고 콘텐츠를 채워나가며 속된 말로 ‘매주 벌어 매주 먹고 사는’ 수준을 넘어 기획기사 하나씩은 2-3주 준비토록 하고 주마다 “이번주 학보의 얼굴은 이것이다”하는 ‘내지르는’ 아이템을 하나씩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극 검토해길 바란다. 이런 것들이 학보의 힘찬 ‘박동’을 도울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학보 ‘선수’들의 소처럼 부지런한 취재와 한결같은 건투를 빈다.

/주영기 한림학보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