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주발사체 ‘천리마-1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나라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29분경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정찰 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호’를 발사했다. 북한에서 인공위성이 탑재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6년 광명성호 발사 이후 7년만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31일 오전 6시 29분에 백령대청도 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오전 6시 34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오전 6시 32분 서울 지역에도 경계경보를 발령한 뒤 41분에 위급재난문자를 전송했다. 이후 오전 8시 1분 백령도, 대청도 지역에 경계경보가 해제됐으며 8시 6분에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돼 지역 주민들에게 해제가 알려졌다. 이후 8시 5분, 대한민국 해군이 서해 어청도 인근에서 상태가 온전한 1단과 2단 연결부분 인양에 성공했다.

북한이 해당일에 천리마-1호를 발사한 데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기념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해당 훈련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참가한다. PSI 훈련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북한을 염두에 둔 훈련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 앞서 기만전술을 동원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북한은 지난 29일 일본에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일본은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으로 위성발사 정보를 통보받아 국제사회에 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자위력 강화’ 입장문에서 6월에 발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처럼 발사 예정 기간을 11일이나 설정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만전술이 아닌 기상 악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보통 예고기간 중 첫 이틀 정도를 발사일로 보고, 나머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예비일로 보면 된다”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만했다기보다는 1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것으로 막판에 판단해 31일 발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해 발사장에서 50㎞가량 떨어진 신의주는 6월 1일 구름이 잔뜩 끼고, 강수확률도 30%가량이다. 반면, 발사를 감행한 31일은 쾌청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집념에도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과 일본의 군 당국은 우주발사체의 경로를 추적한 결과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은 발사체가 비행 도중 폭발로 소실돼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합동참모본부는 발사체가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낙하했다며 추락 이유는 비정상적 비행이라 밝혔다.

서울에서는 위급재난문자 오발령 및 오발송으로 시민들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서울특별시는 경계경보 발령 시각인 오전 6시 32분보다 9분가량 늦은 6시 41분에 위급재난 문자를 전송했다. 또 문자 내용에 대피사유와 대피장소를 누락하기도 했다. 이에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방송을 수신했다”며 “이에 따라 서울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많은 분들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뻔뻔한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역내 및 이를 넘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안보 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31일 오전 인공위성으로 J알러트를 발령해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또 일본 방위성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됐다며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발사의 실패를 인정하고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광명성 3호 발사에 실패하자 동년 12월에 재발사한 전례가 있다.

▲ 일러스트 이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