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에 미디어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신림역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온라인에서는 살인 예고글이 범람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는 구체적으로 장소와 범행 도구까지 언급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파는 예고글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7일에는 칼부림 사건 장소와 같은 신림동에서 강간 미수가 일어났다. 또 서현역의 한 백화점에서는 한 남성이 무차별 흉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백주대낮, 번화가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범죄 통념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은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는 의무경찰제도 부활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을 예고했다. 범죄가 예고된 잠실역 등에는 무장경찰과 장갑차가 배치되기도 했다. 이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론 효과를 보이겠으나 근절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범죄 감염 이론’에 따르면 테러에 대한 언론의 무절제한 보도나 특종 위주의 발표가 잠재적 테러를 현실에 끌어들여 모방 테러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 기존의 테러리스트들이 테러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매스미디어를 악용할 위험성도 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로 묻지마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이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범죄를 뿌리 뽑는 데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의 동기 등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며 전파시키는 미디어의 행태에도 비판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