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숫자 없이는 단 하루도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사진은 1에서부터 6까지만 표기돼 있음에도 숱한 이들을 웃기고 울렸던 고대 주사위의 모습으로 그리스 델로스 섬의 로마 박물관에 소재해 있다. 출토된 주사위 가운데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3,000경에 만들어진 것이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이번 학기에도 미디어스쿨 심훈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한동안 숫자에 관한 인문학인 ‘숫자 인문학’을 연재하게 됐다. 심훈 교수의 말에 따르면 머리 아픈 수학이 아닌, 단순한 숫자에 관한 인문학이란다. 아무쪼록 이전에 연재된 바 있는 ‘식탁 위의 인문학’과 ‘색깔 인문학’에 이어 ‘숫자 인문학’ 또한 한림학우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 희망하며 그 첫 번째 원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1 1!초라도 안보이면/2! 이렇게 초조한데/3! 삼초는 어떻게 기다려”/(합창: 이야 이야 이야 이야~)

‘숫자송’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창작 동요로 ‘우유송’, ‘당근송’ 등의 이른바 ‘엽기송’들과 함께 시대를 풍미한 노래이다. 당시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숫자송’은 급기야 어른 세대에까지 번져 대한민국 전체가 ‘숫자송’을 흥얼거렸다. 그런 ‘숫자송’은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쉽게 풀어가며 숫자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이번 학기부터 다시 <한림학보>의 도움을 받아 한동안 숫자를 주제로 한 ‘숫자의 인문학’을 게재하기로 했다. 평소 인문학과 함께 수학에 관심이 많던 필자는 인문학적으로 재미있는 숫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틈틈이 메모장에 옮겨 적곤 했는데 이번 기회에 숫자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에 관해 시리즈를 연재하게 됐다.

돌이켜 보면 인류가 수의 개념을 창안한 이래로 숫자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표이자 상징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의식 구조와 생활방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일례로 서구에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삼위일체(三位一體) 사상이 오랫동안 기독교와 카톨릭교의 핵심 철학을 구축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하늘과 땅, 사람의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세상을 바라보는 삼재(三才) 사상이 가치관 형성에서 크나큰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함께 지구촌에서 터부시되는 숫자로는 서양의 경우 악마의 숫자라고 여겨지는 6이, 한·중·일 삼국에서는 죽을 ‘사’(死) 자와 발음이 같은 넉 ‘사’(四)가 21세기에도 기피되고 있다. 간혹, 영어 4를 의미하는 ‘Four’의 첫글자 F를 이용해 건물의 4층을 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통 숫자로 뒤덮여 있는 달력 역시, 수의 도움 없이는 날짜와 계절, 명절과 국경일을 우리에게 알려줄 방법이 전무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월·화·수·목·금·토·일’로 잘 알려진 요일의 경우에도, 중국에서는 ‘주1’, ‘주2’, ‘주3’, ‘주4’, ‘주5’, ‘주6’, ‘주7’과 같이 숫자로 명명하며 한국·일본과는 다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일상 생활을 떠나 우주로 눈을 돌려 보아도 숫자의 활약은 눈부시다.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측정하는 천체물리학도 숫자에서 출발하며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것 역시, 숫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술 분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술에서는 가장 아름답다는 황금 비율이 숫자로 이뤄져 있으며 음악에서도 화음과 옥타브가 숫자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그런 숫자는 특히 기하학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돼 높이와 거리, 무게 측정은 물론, 각종 건축물 구축에서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 왔다. 이러한 숫자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아라비아 숫자였으니 인류는 아라비아 문자 덕분에 복잡한 숫자 표기에서 벗어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암호학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숫자 이야기와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피타고라스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어느덧 캠퍼스 안에 활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모두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가을 학기를 준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