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갑작스레 독립 영웅들의 흉상 철거를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홍범도 장군으로, 국방부는 홍범도함의 명칭마저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활동 이력을 문제 삼았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과 정례브리핑에서도 역사적 근거가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입장문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념전쟁과 친일행각으로 부추겨 정치 쟁점화시키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으나 정작 이념 문제를 꺼낸 쪽은 국방부였다.

대한민국에서 정권에 따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이 바뀐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정확히는 해당 정권의 정치적 색깔에 따라 달라져왔다. 지난 정권은 김원봉이 대표적이었다. 김원봉은 공산주의 활동과 월북이라는,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적 때문에 항상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전 정권에서는 좌익 활동 이력보다는 독립 운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며 관련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는 등 재평가를 받았다.

이번 논란도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독립 운동가를 공산당원으로 매도하는 것은 ‘독립 운동’과 ‘이념’ 중 후자에 집중한 결과다. 또 다시 정권이 교체된다면 평가가 바뀔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육군사관학교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 역시 국방부의 해명과는 달리 오히려 ‘이념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한다. 정권마다 역사에 대한 평가 잣대가 바뀐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역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