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웃으세요~ 스마일! 필자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사진을 싫어했었다. 특히 사진을 찍힐 때마다 여기저기 도망 다니기 바빴었다. 내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는 게 부끄러웠고, 찰나의 한순간으로 행동과 표정이 기록된다는 게 싫었다.

그런 필자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열살 크리스마스 때였다. 당시 필자는 한참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mp4 플레이어를 갖고 싶어 했다. 생일 때 못 받았던 선물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던 소녀는 다음날 아침 생각지도 못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마주하게 된다.

선물을 열어본 순간에는 아주 잠깐 외형과 색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아서인지 산타 할아버지가 고심한 선물은 찬밥 신세가 됐다. 카메라 위에 살포시 먼지가 앉아갈 때 즈음이던가, 필자의 눈이 슬며시 카메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처음 카메라를 작동시켰을 때 렌즈 커버가 열리며 작동하던 소리와 눈으로 뷰 파인더를 바라보던 순간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카메라가 작동하면서 내는 소리는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느껴졌다. 만일 이 카메라로 아무것도 찍지 않는다면 그 카메라는 방치된 채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은 흔히 카메라의 정면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오히려 사진을 찍으려면 꼭 필요한 뷰 파인더가 있는 카메라 후면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뷰 파인더에는 사진을 찍는 이의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간다. 우리는 뷰 파인더를 이리저리 맞춰보며 조정해 찍은 사진으로 촬영자의 의도와 순간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했었던 아이가 막상 사진 찍는 이가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시선을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건 꽤나 흥미로웠다. 굳이 생동감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 사진이 보여주는 세상은 ‘새로움’이었다.

필자가 처음으로 찍은 사진은 가족사진이다.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가족 모두가 사진에 익숙지 않아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점차 찍으면 찍을수록 자연스러워지는 가족들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보며 과거를 기억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은 카메라 보관이 어려워 옛날 만큼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진 않는다. 기능 측면에서도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훨씬 좋으니 더 그러한 듯하다. 그래도 꼭 남기고 싶은 추억이 있을 때는 카메라를 들고 가 추억을 남긴다. 어린 시절의 필자와 달리 이제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는 스스로가 신기하다. 그리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폴라로이드 카메라에게 고맙다.

찰나의 순간을 담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필자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아직까지도 사랑하는 이유다.

/손승현 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