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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세상이다.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의 영역을 벗어나는 사물이나 사건을 전달해주는 경우 세상을 규정하는 미디어의 위력은
더욱 강력하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그 나라의 도시는 어떤 모양으로 생겼고, 그 나라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지 등을 텔레비전과
신문이 알려준다.
외국 뉴스의 생산과 유통 방식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국내 신문과 방송 등이 직접 취재, 편집하여
자체의 미디어를 통해 유통시키는 경우이다. 한국방송의 뉴욕 특파원이 제작한 뉴스를 KBS가 내보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국내 미디어가
유통시키기는 하지만 생산은 외국의 미디어에 의해 이루어진 뉴스들이다. AP나 UPI, Reuter 등의 국제 통신사나 CNN 등과 같은 방송사의
보도를 국내 언론이 전송하는 경우이다. 이런 방식을 쓰는 경우 외국 언론의 1차 생산물이 다소의 가공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셋째는
생산자와 전달자가 모두 외국 미디어인 경우이다. 위성이나 케이블을 통해 CNN이나 NHK를 직접 시청하거나 또는 Time, Newsweek 등을
직접 구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첫째 유형, 즉 자체 생산 뉴스의 제작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국제 뉴스의 체계적 생산에는 최소한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지역에 대한 전문성의 확보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정보를 상시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취재 네트워크의
확보이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뉴스를 수집, 가공, 판매해 온 서방의 뉴스 생산자들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각 지역
전문가들 또한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지역 전문가의 양성과 지역에 대한 체계적 지식의 축적은 뉴스매체가 전담할 수 있는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몫이다. 중동에 문제가 터졌을 때 기자가 달려가 자문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회는 그 지역에 관해 질
좋은 정보를 공급받을 수 있는 근본 통로가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아프간 전쟁 보도는 한국의 언론매체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중동이나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단적으로 지적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심지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무지와
무관심의 병을 앓고 있다. 한국인의 머릿속에서 지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만사의 중심인 미국에 대해서마저도 한국인이
접하는 정보환경은 참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미디어에는 미국의 정책과 미국 미디어의 보도를 한 번 걸러서 해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 또한 비단 미디어에 탓을 돌릴 일만은 아니다. 수많은 박사가 미국에서 배출되었지만, 미국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역학으로서 미국학을
체계화시킨 교육 프로그램이나 연구기관도 몇 안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내, 외의 구분 자체가 모호한 뉴스가 더욱 늘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한 사실이다.
국제 뉴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세계화 시대 정보환경의 질을 높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로
국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외국 언론 및 정보매체의 폭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CNN 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의 채널에 가급적 많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몇 개의 채널이 진실을 알려주는 시대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채널의 조각그림들을 통해 오히려
진실의 윤곽을 좀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정보와 문화의 개방적 유통이 지배하는 시대이다.
채널부족, 프로그램 부족을 걱정하지 말고, 과감히 외국채널의 적극적인 전송에 나서야한다.
둘째로 국내 언론기관의 세계화를 당겨야 한다. 좀 더 전문적인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자 연수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기자들이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관심분야에서 석사학위 정도는 마치고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정치, 경제, 문화,
과학, 국방, 체육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프로그램을 잘 선택하고 계획과 준비를 거쳐 연수를 재교육의 핵심적 장치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취재 능력을 갖춘 기자를 확보하는 다른 편리한 방법은 이미 국제적 감각, 지식, 언어능력 등을 갖춘 사람들 가운데서 기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외국인도 필요하고 교포도 필요하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왕창 필요하다. 편집국에 외국인이 걸어다녀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질 때 뉴스의 내용 역시 국제문제를 자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 김신동(언정·방송·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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