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됐다. 오래전부터 그려왔던 자취생활이었기 때문에 첫 자취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 부푼 마음은 오래 가지 못하고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취 초보자의 텅 빈 방은 채워 나가야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전자기기부터, 사소한 주방도구까지 본가에 살았을 때는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들의 빈자리가 하루하루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빈자리는 가족들의 존재였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집이라는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가족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익숙함은 우리에게서 소중함을 빼앗아 간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가깝고 돈독한 존재일수록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익숙함’에게 속지 않는 방법에 대해 간구해봤다. 사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대상이 한번 익숙해진다면 그 대상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고 그에 따른 소중함 또한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잊어 갈 것이다.

익숙함에 가장 무딘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 소중한 존재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나는 바로 ‘익숙함’보다 ‘소중함’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상대와의 소중했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나와 함께해준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이다. “그 땐 그랬지.” 소중한 사람들과 과거에 함께했던 추억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그 기억은 더욱 소중하게 가슴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주변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존재들이 점차 자리를 비워가고 있다. 언제나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가족들부터, 항상 터무니 없는 장난을 받아주는 친구들까지 모두 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존재들이다. 핑계를 대자면 사실 나는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서툴러 그간 그에 상응하는 감사함과 소중함을 잠시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감사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며 익숙함에게 속지 않고 소중함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범 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