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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인문학] 전설과 사실이 뒤얽혀 신비스럽기 그지 없는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타고라스‘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는 뜻의 ‘철학’ 용어 만든 이 최초로 자신을 철학자라고 일컬은 이 역시 피타고라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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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09  06: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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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가로 8m, 세로 6m 가량의 대형 그림 ‘아테네 학당.’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린 그는 37살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화가였다. 로마 교황청의 의뢰를 받고 그의 나이 28살에 완성한 아테네 학당은 로마 바티칸 궁전에 그려졌으며 고대 그리스의 주요 철학자 54명이 모두 등장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림의 한 가운데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이는 이상을 꿈꾸며 ‘이데아론’를 펼쳤던 플라톤이고 플라톤의 옆에 나란히 서서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실증적이고도 실용적인 학문에 매진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림의 왼쪽 아래에 표기한 타원형 안에서 큰 몸집을 자랑하며 윗도리를 벗은 채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고 있는 이가 바로 수학자이자 종교인이었던 피타고라스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난 시간에는 수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소수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봤다. 이번에는 수와 수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인물, 피타고라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수와 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에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피타고라스의 행적과 업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피타고라스를 흔히 수학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 피타고라스는 고대 그리스가 나은 가장 위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어깨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그는 동시에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유는 그의 삶과 가치관이 워낙 독특하고 다방면에 걸쳐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범벅되어 있는 까닭에서다.

그에 관한 전설은 대부분 사실과 거짓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 많은 이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안겨 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수많은 저서를 통해 자신들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명징하게 전해주고 있는데 반해, 피타고라스는 저서 대신 스스로가 세운 교단에서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간접적으로 알려왔지만 지금은 그 교단마저 완전히 사라져 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20세기 서양 철학계의 거두이자 노벨상 수상자였던 영국의 버트란트 러셀은 피타고라스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메리 베이커 에디 여사를 뒤섞은 듯한 복잡한 인물이었다고 비유한 바 있다. 메리 베이커 에디 여사는 19세기 말에 기독교계 신종교를 창시한 인물로 어릴 때 여러 질병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스스로 치유의 길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 종교를 창시했다. 올바른 생각으로 망상과 싸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그 종교이다. 여러분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라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 역시, 해당 종교의 기관지이고.
피타고라스가 창시한 학파는 기원전 6세기부터 로마 시대인 2세기까지 약 800년간 긴 생명력을 유지했다. 더불어 피타고라스는 ‘지혜’라는 의미의 ‘소피아(sophia)’와 ‘사랑’이라는 뜻의 ‘필로(philo)’를 합쳐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로서의 ‘필로소피(philosophy)’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다. 나아가 그는 자신을 철학자, 즉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부른 최초의 인간이기도 하다. ‘필로소피’라는 용어와 학문은 19세기 말, 서구의 선진 문물을 가장 빨리 수용했던 일본에서 니시 아마네라는 교육가가 중국 북송 시대의 「통서」(通書)라는 책을 통해 학문에 밝아지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의 ‘희철학(希哲學)’이라는 용어를 발견하고, 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희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동아시아에 소개됐다. 이후, ‘희철학’이라는 용어에서 ‘희’자가 생략되며 ‘필로소피’는 ‘철학’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각설하고, 기원전 6세기에 부유한 보석상의 아들로 사모스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그리스 섬에서 태어난 피타고라스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에 참가했다. 이와 함께 점성술을 비롯해 다양한 학문에도 관심을 보이며 그리스를 비롯해 이집트, 이탈리아 등 지중해 곳곳을 여행했다.

사실, 피타고라스가 고향을 떠나 당시의 세계에 해당하는 지중해 곳곳을 누빈 것은 그의 고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당시, 그의 고향이었던 사모스 섬은 참주(僭主)인 폴리크라테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는데 그는 탐욕스러운 데다 배신을 밥 먹듯이 행하던 저질 인물이었다. 참고로 ‘참주’란 하층민들의 불만과 지지를 이용해 권력을 잡은 후 독재 정치를 펴는 것을 의미한다. 사모스 섬의 참주였던 폴리크라테스는 페르시아 제국에 반기를 반란군과 페르시아 제국 사이에서 보상을 댓가로 배신을 거듭하다 결국, 십자가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 이하의 인물 때문에 그리스는 피타고라스라는 걸출한 인물을 지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피타고라스는 ‘새옹지마’라는 고사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그가 고국을 떠나 지중해를 유랑하며 세운 여러 학문적, 종교적 업적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캠퍼스 곳곳이 학생들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어 언제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나 싶은 요즘이다. 현재를 붙잡으라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처럼 즐길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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